서울시 서대문구 인왕시장 내 매장 곳곳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가능매장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뉴스1

한국은행이 지난해 반등한 소비가 올해에도 상승 궤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다만 반도체 중심의 성장 구조와 고령화 등 구조적 취약성으로 경기 개선의 효과가 소비까지 퍼지는 속도는 과거보다 느릴 것으로 봤다.

한은은 27일 '과거 회복기에 비추어 본 현 소비국면 판단과 향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한은은 2000년대 이후 민간소비 회복기를 '위기 후 급반등형'과 '점진적 개선형' 두 가지로 구분했다.

급반등형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2009~2011년)나 팬데믹 이후(2021~2022년)처럼 외생적 충격으로 위축된 수요가 소비진작책과 맞물려 단기간에 강하게 살아난 시기로, 회복 폭이 크지만 지속기간이 평균 7분기에 그쳤다. 반면 점진적 개선형은 2004~2008년, 2017~2019년처럼 거시경제 여건 개선을 바탕으로 소비가 서서히 되살아난 시기로, 속도는 느려도 평균 12분기에 걸쳐 회복세가 유지됐다.

한은은 지난해 하반기까지는 급반등형에 가까웠던 소비 흐름이 올해부터는 점진적 개선형으로 전환될 것으로 진단했다. 이러한 분석의 근거로 제시한 배경은 금리인하 효과 누적, 글로벌 인공지능(AI) 붐에 따른 반도체 수출 증가, 주식시장 및 소비심리 호조, 세수 확충에 기반한 정부 예산 확대 등이다. 과거 점진적 개선형 회복기에도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한은은 경기가 살아나도,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과거보다 약화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은 다른 산업과의 연관도가 적고 고용 창출도 미미해, 수출 호조가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고리가 느슨하다. 반도체 부문 취업자는 전체의 0.3%에 불과하며, 호황의 과실이 고소득층에 집중되는 구조다. 고소득층의 한계소비성향은 전체 평균(18%)의 약 3분의 2인 12%에 그쳐 소비 파급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집값, 주가 상승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자산가치 상승은 부채 확대를 동반해 실질적인 여윳돈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주가 상승도 변동성이 크고 혜택이 고소득층에 집중돼 소비 진작 효과가 크지 않다. 여기에 인구구조 변화 등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계로 하여금 지갑을 열기보다 저축을 늘리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은 관계자는 "경기 개선의 소비 파급경로가 과거 대비 약화된 만큼 향후 증가세는 비교적 완만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