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규제 여파로 지난해 4분기 가계빚 증가 폭이 전 분기보다 작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3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증가세가 둔화한 것이다. 한국은행은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당분간 가계부채 둔화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신용(가계빚) 잔액은 1978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 말보다 14조원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시내 은행 대출 창구 모습. /뉴스1

가계신용은 가계가 은행·보험사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이용액 등 판매신용을 합친 포괄적인 부채 지표다. 한국은행은 2002년 4분기부터 관련 통계를 발표해 왔다.

가계신용은 지난해 2분기 25조원 증가하며 2021년 3분기(+35조원)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그러나 3분기 증가액이 14조8000억원으로 작아진 데 이어 4분기에도 둔화 흐름이 이어졌다.

이 같은 둔화는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크게 축소된 영향이 컸다. 주담대 증가액은 3분기 12조4000억원에서 4분기 7조3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10월 15일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시가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을 제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은행권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기타대출이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감소 폭 일부는 상쇄됐다. 기타대출은 지난해 3분기 5000억원 감소에서 4분기 3조8000억원 증가로 전환됐다. 예금은행의 신용대출이 늘고 보험·여신전문회사의 대출 감소 폭이 축소된 데 따른 것이다.

판매신용은 전 분기 대비 2조8000억원 늘어난 126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2조9000억원)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증가세다. 신용카드 이용액이 2분기 196조9000억원에서 3분기 203조2000억원, 4분기 204조3000억원으로 확대되며 증가세를 주도했다.

한국은행은 가계신용 증가세 둔화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9.3%로 전 분기보다 0.4%포인트 낮아졌다. 이는 2019년 3분기(88.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혜영 한국은행 금융통계팀장은 "지난해 가계신용 증가율은 2.9%였고, 3분기까지 누적 명목 GDP 성장률은 3% 후반 수준"이라며 "이를 고려하면 지난해에도 전년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하락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역시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가계부채 비율이 크게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