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에 2021~2025년 설탕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과징금 4083억원을 부과한다고 12일 밝혔다. 한 회사당 평균 136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으로 담합 혐의로는 역대 최대다.
◇ 설탕 3사 시장점유율 89%... "수시로 만나 가격 담합"
공정위는 이날 담합 행위를 금지하는 공정거래법 40조 1항 1호 위반 혐의로 CJ제일제당에 과징금 1506억원을, 삼양사에는 1302억원, 대한제당에 1273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 역대 담합 과징금 중에서는 2010년 LPG 공급회사 6곳(6689억원) 다음으로 많다. 공정위는 또 3사에 "향후 3년간 설탕 가격의 변경 현황을 연 2회 공정위에 서면 보고하라"는 시정명령도 내렸다.
공정위는 부과할 과징금 수준을 결정할 때 담합으로 발생한 매출액에 법 위반 정도에 따라 최대 20%를 곱한다. 이후 적극적인 조사 협조 등 감경 요인이 있을 때 일부 감액한다. 공정위 추산 3사가 담합으로 올린 매출액은 3조2884억원이다. 여기에 과징금 부과기준율 15%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부과됐어야 할 과징금은 4932억원이다. 하지만 실제 부과된 과징금은 이보다 849억원 적다. 감경 사유에 대해 공정위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공정위가 설탕 3사에 역대급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이들이 시장 과점 상황을 악용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판단 때문이다. 3사의 시장점유율은 2024년 내수 판매량 기준으로 약 89%에 이른다. 설탕은 먹거리 품목 중에서도 기업의 진입 장벽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탕 제조에 대규모 장치가 필요하고 수입에 고율 관세가 부과돼서다.
앞서 검찰 조사에 따르면, 2021년~2024년 4월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은 주요 설탕 제품 판매 가격을 최고 66.7%까지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런 가격 인상이 3사간 담합 행위로 이뤄졌다고 결론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3사는 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8차례에 걸쳐 설탕 판매 가격 인상·인하 폭과 시기를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3개 회사 대표급, 본부장급, 영업임원, 팀장급 등이 많게는 매월 9차례 만나 대략적인 가격 인상 방안과 시기, 거래처별 협상 시기, 협의가 잘 안 될 경우 대응방안을 합의했다고 한다.
3사는 설탕의 주재료인 원당 가격이 오를 때마다 설탕 판매가를 한 번도 빠짐없이 높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원당 가격이 하락할 땐 가격을 인하하지 않거나 인하 폭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담합했다고 한다.
◇ 공정위, 검찰보다 먼저 조사 들어갔는데 '뒷북' 제재
이날 공정위 제재는 검찰이 지난 1일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법인과 관련 임직원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뒤 나왔다. 검찰은 공정위에 고발요청권을 행사해 작년 9월부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공정위가 2024년 3월 3사에 대한 현장조사에 들어간 것과 비교하면 검찰이 뒤늦게 수사를 시작해 성과는 먼저 낸 것이다.
검찰 기소 이후 3사는 자발적으로 주요 설탕 제품 가격을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은 SNS에 "검찰이 큰 성과를 냈다"고 격려했다.
한편, 공정위는 3사의 설탕 담합 사건이 공정거래법에 따른 가격 재결정 명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가격 재결정 명령을 하려면 법 위반 상태가 계속되어야 하는데, 3사는 공정위 조사가 진행되던 작년 7월, 11월, 올해 1월 세 차례에 걸쳐 설탕 가격을 인하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