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활용할 수 있는 여윳돈이 1000억원 정도인 것으로 10일 집계됐다. 최근 13년간 연간 정부 여윳돈은 조(兆) 단위인 경우가 많았다. 작년에 정부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힌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부터 추경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해 정부가 10조~20조원 규모 추경을 편성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조 단위 규모 추경을 하려면 올해 세수가 정부 예상보다 크게 늘거나, 정부가 적자 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 추경 실탄 잉여금 '찔끔'… 추경하려면 초과세수·적자국채 필요
10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이란 총세입에서 총세출, 이월액, 법에 따라 용처가 정해진 금액을 제외한 것이다.
과거 2013~2024회계연도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을 보면, 1000억원 미만이었던 해는 4번(2013·2014·2019·2023년)뿐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1000억원 미만이었던 해에는 국세가 예산 대비 덜 걷혔다"고 했다. 작년에도 정부가 예상한 것보다 세수가 덜 들어오면서 올해 세계잉여금이 예년보다 적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 세계잉여금이 주목받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연초부터 추경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해서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정부는 세계잉여금을 추경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추경해서라도 문화예술 토대를 건강하게 살려야 한다"고 말한 것을 시작으로 여섯 차례에 걸쳐 추경 가능성을 언급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올해 상반기 안에 정부가 적게는 10조원, 많게는 20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런데 지금 정부의 여윳돈으로는 추경 재원을 마련하기 부족하다. 이런 경우 정부가 적자 국채를 발행하거나, 예상보다 세금이 많이 들어오길 기대해야 한다. 적자 국채 발행은 정부가 가장 꺼리는 방식이다. 국가 채무를 늘리고, 국고채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 올해 초과세수 전망 '솔솔'… 정부는 "3월 수입 실적 봐야"
정부 안팎에선 그나마 올해 초과 세수를 기대해 볼 만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올해 국세수입 예산은 390조2000억원이다. 지난해 추경 예산보다 18조2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박준우 하나증권 채권전략가는 지난달 2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본예산 대비 8조~9조원 더 걷힐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초과 세수가 예상되는 주요 세목은 '법인세'다. 올해 법인세는 작년 기업 실적을 바탕으로 부과된다. 지난해 삼성전자(43조6000억원)와 SK하이닉스(47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은 연간 최대치를 경신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지금의 반도체 호황이 시작된 것이 작년 말인데, 올해 세입 예산을 짠 시점은 작년 초중순이었다"며 "추계에 보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이를 위해선 법인세가 걷히는 3월 수입 실적을 봐야 한다"고 했다. 이 밖에 대기업 성과급, 코스피 5000을 등에 업은 근로소득세와 증권거래세 등도 수입 확대 세목으로 꼽힌다.
한편 정부는 추경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강윤진 재경부 국고정책관은 이날 "2026년 예산 집행이 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초부터 차질 없는 재정 집행을 독려하고 세수 추계도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현재 정부 내부에서 추경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2일 기자간담회에서 "현 정부 입장에선 지방선거 때문에 추경을 해야 할 정도로 지지율이 낮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