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12월 10일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정부가 반도체 생산 필수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할 때 거쳐야 하는 안전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한 것으로 9일 전해졌다. 이 장비는 빛(극자외선)을 쏴서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설비다. 7나노미터(㎚) 이하 첨단 반도체 생산에 꼭 필요하다.

지금 이 장비를 국내 도입하려면 15일이 걸린다고 한다. 장비에 소량의 고압가스가 사용된다는 이유로 고압가스안전관리법상 각종 기술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이나 대만 등 다른 반도체 장비 수입국에는 없는 절차로 알려졌다.

이에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 장비를 수출하는 세계 1위 반도체 장비업체 네덜란드 ASML의 한국 지사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간담회에서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이에 산업통상부가 후속 조치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도가 개선되면 현재 약 15일 걸리는 절차가 2일로 단축될 전망이다.

◇ '기술 검사'에만 15일 소요… 美·대만 등에는 없는 절차

최한종 ASML코리아 대표는 지난해 12월 10일 이 대통령이 주재한 '인공지능(AI) 시대,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EUV 노광장비 안전 인허가 규제 간소화'를 건의했다.

최 대표는 "미국이나 대만, 유럽연합(EU)에선 국제 표준에 따른 (안전성) 검사를 자체적으로 진행한 뒤 (EUV 노광장비) 설치·가동이 가능하지만, 국내 사업장에 설치하려면 서류 검사, 중간 검사, 완성 검사 등이 신규 설비뿐 아니라 업그레이드를 하거나 장비를 이동할 때도 적용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반도체 제조사들이 해외 경쟁사와 대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했다.

이에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이 대통령에게 "제가 보기에도 불필요한 규제인데, (유지하고) 있는 게 있어서 그건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 "소요 기간 2일 내로 줄인다"지만… 글로벌 수준엔 못 미쳐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통상부는 올해 상반기 중 고압가스안전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EUV 노광장비 안전 검사 절차를 대폭 간소화할 방침이다. EUV 노광장비를 고압가스 설비로 일괄 분류하는 대신, '특정 설비'로 따로 지정해 짧은 검사 방식을 적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사 기간은 2일 이내로 단축될 전망이다.

업계에선, EUV 노광장비는 어느 정도 안전성이 입증된 만큼 아예 고압가스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규제가 완화되면 기업들의 부담은 줄겠지만 해외에는 없는 규제를 여전히 안고 가는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