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산업재해 감축과 임금 체불 근절 대책을 내놓은 지 반년이 지난 가운데, 관련 법안 16개 중 3개만 통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국무회의에서 김영훈 노동부 장관에게 "입법이 안 됐냐. 야당이 반대하면 못 하는 것이냐. 비는 실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 국회에 더 싹싹 빌어보라"며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한 바 있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노동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노동안전(산재) 종합대책'과 임금 체불 근절 대책 관련 입법 사항은 각각 12개, 4개다.
산재 대책 법안 12개 중 국회를 통과한 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과 생활물류서비스법 개정안 등 2개뿐이다. 통과된 법안은 재해조사보고서 공개, 안전보건공시제 도입, 명예감독관 위촉 의무화, 위험성 평가 미실시 사업주 벌칙, 택배업 위탁 표준계약서 주요 사항 반영 의무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정부가 산재 대책의 핵심으로 내건 '연간 3명 이상 산재 사망 사고 발생 기업에 대한 영업이익 5% 이내 과징금 부과' 등을 담은 산안법 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여야는 이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 여당은 산재 감축을 위해 필요하다고 보지만, 야당은 기업 활동 위축을 우려하며 반대한다.
노동자·명예 감독관에게 '작업 중지권'을 신설하는 산안법 개정안도 여야 간 입장 차가 크다. 여야 갈등에 이런 내용을 담은 산안법 개정안은 지난 5일 열린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안건이 보류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그간 법안소위에서 산재 대책 관련 법안에 대해 논의가 많았지만,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며 "과징금에 대한 입장 차는 많이 해소됐는데, 작업 중지권 등에 대해 숙의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어 의결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한편 임금 체불 근절 대책은 4개 법안 중 1개 법안(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임금채권보장법 개정안에는 체불 노동자 보호를 위해 도산 사업장의 대지급금 범위를 '최종 3개월 임금'에서 '최종 6개월 임금'으로 넓히는 내용이 담겼다.
임금 체불 범죄 법정형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높이고, 하도급 내 임금 비용 구분 지급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최근 기후노동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상태다. 해당 법안들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가 열리면 의결될 수 있을 전망이다.
다만 체불 명단 공개 사업주 대상을 확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상임위 내 법안소위 논의에도 오르지 못했다. 퇴직연금 도입의 단계적 확대를 위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안, 전자 대금지급 시스템을 연계하는 건산법 개정안도 계류 중이다.
노동부는 이달 내 국회 설득 작업 등을 통해 최대한 법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는 "아직 상임위를 넘지 못한 법안도 추후 법사위가 열리기 전에 상임위를 통과하면 국회 본회의에 오를 수 있다"면서 "최대한 2월에 통과시킨다는 게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