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1230억달러를 웃도는 흑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기술(IT) 수출 호조가 이어진 영향이다. 지난해 12월 경상수지도 187억달러 흑자를 기록해 역대 최대치를 새로 썼으며, 이로써 32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갔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경상수지는 1230억5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규모다. 2024년(999억7000만달러)과 비교하면 흑자 폭이 230억8000만달러 확대됐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제시한 전망치(1150억달러)도 80억5000만달러 웃돌았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뉴스1

경상수지는 국가 간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입은 물론 자본과 노동 등 모든 경제적 거래를 종합한 지표로, 상품수지·서비스수지·본원소득수지·이전소득수지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수출에서 수입을 뺀 상품수지는 1380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경상수지 흑자를 주도했다. 흑자 규모는 전년(1109억1000만달러)보다 271억6000만달러 늘었고, 이 역시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다. 종전 최고치는 2015년의 1202억7500만달러였다.

수출(통관 기준)은 전년 대비 3.8%(258억달러) 증가한 7094억달러로 집계됐다. 반도체 수출이 21.9% 늘어난 가운데 선박(24%)과 전기·전자제품(13.3%)도 증가하며 전체 수출을 견인했다. 지역별로는 동남아 수출이 12.8% 늘었고, 중남미(6.8%), 중동(3.8%), 유럽연합(EU·3%) 순으로 증가했다. 반면 일본(-4.4%), 미국(-3.8%), 중국(-1.7%)으로의 수출은 감소했다.

수입은 6317억5000만달러로, 전년(6317억7000만달러)보다 소폭 줄었다. 석탄(-24.1%)과 석유제품(-15%), 가스(-12.1%), 원유(-11.8%) 등 에너지 수입이 크게 감소한 반면, 반도체 제조장비는 18.6%, 승용차는 10.3% 늘었다. 품목별로는 원자재 수입이 7.4% 줄었고, 자본재와 소비재는 각각 6.9%, 7.2% 증가했다.

여행·운송·지식재산권 사용료 등을 포함한 서비스수지는 345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은 전년보다 50억9000만달러 확대됐다. 기타사업서비스의 적자 규모가 155억4000만달러로 가장 컸고, 여행(-134억9000만달러), 가공서비스(-68억9000만달러), 지식재산권사용료(-41억6000만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건설수지는 33억달러 흑자를 냈다.

임금·배당·이자 흐름을 반영한 본원소득수지는 279억2000만달러 흑자로 나타났다. 급료 및 임금은 22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지만, 투자소득이 301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전체 흑자를 이끌었다. 본원소득과 투자소득 모두 역대 최고치다. 다만 이전소득수지는 84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자본 유출입을 보여주는 금융계정 순자산은 1197억6000만달러 증가했다. 직접투자는 254억3000만달러, 증권투자는 877억3000만달러 늘었다. 전년과 비교하면 직접투자는 114억3000만달러 감소한 반면, 증권투자는 421억2000만달러 증가했다.

작년 12월 경상수지는 187억달러 흑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32개월 연속 흑자로, 2000년대 들어 2012년 5월부터 2019년 3월까지 83개월 연속 흑자 이후 두 번째로 긴 흑자 흐름이다. 12월 상품수지는 수출 증가 폭이 수입을 웃돌며 188억5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고, 서비스수지는 36억9000만달러 적자, 본원소득수지는 47억3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2025년 12월 및 연간 경상수지. /한국은행 제공

한은은 올해도 반도체 수출 호조가 이어지면서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치를 다시 경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은 작년 11월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1300억달러로 예상한 바 있다. 이는 작년 실적보다 70억달러 많은 수준이다.

김영환 한은 경제통계1국장은 "올해 경상수지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미국 상호관세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우려되긴 하지만 국제유가 안정세가 이어진다면 지금같은 좋은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김 국장은 정보통신(IT) 분야와 비(非) IT 분야의 온도차를 줄이는 것이 과제라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연간 수출이 2.1% 늘었지만 IT 분야를 제외하면 1.1% 줄었다"면서 "IT 분야의 좋은 기운이 산업 전반으로 골고루 퍼지는 게 우리 경제에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