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400원을 넘는 고환율 국면이 이어지는 가운데, 환율 안정을 위해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업 투자환경 개선과 규제 완화 등 구조개혁도 시급한 과제로 지목됐다.

아시아금융학회는 5일 오전 서울 흑석동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2026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환율 전망과 금리정책의 과제'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토론에는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김태준 전 한국금융연구원장, 백승관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신관호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등이 참여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 /뉴스1

참석자들은 2021년 이후 원화 약세가 뚜렷하게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 1128.9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평균 1304.9원으로 크게 상승했다. 환율 변동성도 확대됐다. 하루 평균 환율 변동 폭이 10원을 넘었던 날의 비율은 2010~2019년 6.46%에 불과했지만, 2021~2025년에는 11.63%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는 자금 유출 구조의 고착화가 꼽혔다. 국민연금과 개인 투자자의 해외 증권투자,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가 늘면서 자본 유출 압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미국 주식 투자 확대와 연기금의 해외 투자 비중 증가는 환율 상승 압력을 상시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자금 유출의 근본 배경으로 미국의 성장률 우위를 들었다. 그는 "2021년 이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미국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서 "미국의 성장률이 높게 유지되면서 기업 이익과 주가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 역시 환율을 밀어올리는 구조적 요인으로 지목됐다. 재정 집행 확대로 시중에 유동성이 풀리면 인플레이션 기대가 커지고, 이는 원화의 실질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원화 가치 하락이 예상되면 달러를 보유하려는 수요가 늘어나 환율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5일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2026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최온정 기자

김 교수는 "유동성이 과도한 상황에서 환율까지 함께 오르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금리 정책의 점진적 전환, 즉 인상 가능성을 신중하게 고민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다만 "급격한 금리 인상은 자산시장 버블 붕괴와 금융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백승관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2024년 기준 한국의 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24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서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서비스·네트워크·무역·투자 분야의 규제를 과감히 완화하고, 노란봉투법 등 반기업적 정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임연구위원은 대외자산을 활용한 외환시장 안정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모두 합치면 2040년에는 5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대외자산 확대의 긍정적 효과를 환율 안정과 금융시장 안정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단기 대응책으로 외환당국과 국민연금 간 공조를 통해 미 연방준비제도의 '피마(FIMA) 레포' 제도를 활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피마 레포는 연준이 해외 중앙은행 및 국제기구가 보유한 미국 국채를 담보로 최대 6개월간 달러를 빌려주는 제도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도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