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공직자 일부가 미국 주식을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 넘게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외환당국이 고환율의 주요 원인으로 개인 투자자(서학개미)의 해외 주식 투자를 지목하며 증권사 해외투자 마케팅을 압박하는 등 외환 수급 관리에 나선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인사혁신처가 30일 공개한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 관할 수시 재산공개 내역에 따르면 미국 상장주식(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포함, 신고 가액 합산)을 대규모로 보유한 고위 공직자들이 다수 확인됐다. 이번 공개자는 지난해 7월 2일부터 11일 1일 사이에 재산공개 대상자에 추가된 공직자들이다.
미국 주식 보유 규모가 가장 큰 인물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재헌 외교부 주중대사였다. 노 대사의 미국 상장주식 보유액은 약 120억원에 달했다.
노 대사 본인은 마이크로소프트(2015주)·엔비디아(1만7588주) 등 60억4000만원어치를, 장남은 마이크로소프트(3602주)·엔비디아(1만3295주) 등 60억7000만원어치를 신고했다.
이장형 청와대 법무비서관도 미국 주식 보유액이 약 94억7000만원에 이른다. 이 비서관 일가는 테슬라 주식에 집중 투자한 것이 특징이다. 본인이 9666주(41억4000만원), 장남이 6206주(26억6000만원), 장녀가 6209주(26억6000만원)를 각각 보유했다.
검찰 고위직 출신 중에서는 심우정 전 검찰총장 일가의 미 증시 투자가 두드러졌다. 특히 배우자가 엔비디아(3174주)·테슬라(1946주)·아마존(1203주)·마이크로소프트(472주) 등을 40억2000만원 규모로 보유하고 있으며, 장남과 장녀도 약 1억5000만원어치를 신고했다. 심 전 총장 본인은 미국 주식을 갖고 있지 않았지만, 가족 합산 보유액은 약 41억7000만원이었다.
노혜원 국무조정실 검찰개혁추진단 부단장 일가 역시 미국 주식 투자 비중이 높았다. 노 부단장 본인은 4800만원 상당의 버크셔해서웨이 클래스B(71주)만 가지고 있지만, 배우자는 마이크로소프트(210주)·알파벳(740주)·아마존(150주)·JP모건체이스(60주)·블랙록(32주) 등 약 13억원 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세 자녀도 각각 3000만원 내외의 미국 주식을 신고했다.
금융당국 수장 중에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미 증시에 투자하고 있었다. 이 원장은 리커젼파마슈티컬스(7150주)·소파이테크놀로지스(110주)·애플(100주)·온홀딩(140주)·월트디즈니(25주) 등을 1억5000만원 규모로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행태가 최근 환율 대응에 나선 정부의 입장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정부의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내역은 '미국 주식 투자자 명부'에 가깝다"며 "한국 기업의 미래가 아닌 미국 기업의 성장에 수백억원을 베팅했다는 것은 한국 경제의 미래와 비전을 불신한다는 강력한 시그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