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마트, 백화점 등이 납품업체가 경쟁사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부당하게 방해하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최대 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과징금 상한을 현재 5억원에서 10배로 상향하는 것이다.
대신 '2년 이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는 형사처벌 조항은 없앨 예정이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형사처벌은 확정 때까지 너무 오래 걸려, 제재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30일 오전 당정 협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2차 경제 형벌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7월 비상 경제 점검 회의에서 "경제적, 재정적 제재 외에 추가로 형사 제재까지 가하는 것은 국제적 표준에 과연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며 배임죄 완화를 비롯한 경제 관련 형벌 합리화를 지시했다.
정부는 9월 30일 발표한 '1차 경제 형벌 합리화 방안'에선 형법상 배임죄를 폐지하는 등 법 규정 110개 정비하겠다고 했다. 당정은 이날 경제 형벌 규정 331개를 추가로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형벌은 처벌 확정까지 시간이 오래 걸려 신속한 위법 행위 시정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대 위법 행위를 실효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금전적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했다.
이날 발표된 방안에는 대리점법, 가맹사업법 등 공정위 소관 법령이 다수 포함됐다. 당정은 대리점 본사가 지점 경영 활동을 부당하게 간섭한 경우에 과징금을 5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징역 2년에 처할 수 있다는 형벌 조항은 없앤다. 또 가맹사업법에는 가맹 본사가 정보공개서를 제공한 뒤 14일이 지나 가맹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내용을 지키지 않을 경우 징역 2년에 처하는 대신 과징금을 현재 5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최근 가입자 정보 유출 사건이 급증한 가운데, 당정은 이동통신사 등이 가입자 위치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을 경우 부과 가능한 과징금 상한을 4억원에서 20억원으로 5배 올리기로 했다. 징역 1년 처벌 조항은 없앤다.
반면 당정은 사업주의 단순 실수일 가능성이 높은 위법 사항에 대해선 형사 처벌 조항을 없애고 과태료 부과로 전환하기로 했다. 금융투자업자 등이 아닌 기업이 회사 이름에 '금융투자'를 쓰면 현재는 징역 1년에 처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최대 과태료 3000만원을 부과할 수 있게 바뀐다. 또 비료의 성분·효과 등에 대해 과대 광고한 경우에는 현재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 2000만원에 처할 수 있다. 여기서 징역형은 없애기로 했다.
국민들의 경미한 의무 위반이나 실수를 강하게 처벌하는 조항도 정비된다. 가령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관리비 징수 내역 관련 서류를 보관하고 있지 않으면 최대 징역 1년에 처해질 수 있는데, 과태료 1000만원 부과로 바뀐다. 아울러 국립공원 등에서 나무를 말라죽게 하면 지금은 징역 1년이나 벌금 1000만원에 처할 수 있다. 여기서 징역 1년 조항은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