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에 사는 직장인 최예솔(28)씨는 최근 바지락 칼국수를 먹으러 동네 단골 식당에 갔다가 "간판 메뉴를 해물 칼국수로 바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식당 주인은 "국산 바지락 구하기가 어렵고 가격도 너무 올라서 바지락 대신 홍합과 새우를 넣어 해물 칼국수로 팔게 됐다"고 했다.
국산 바지락 가격이 최근 1년 새 50%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바지락은 다양한 요리에 국물 맛을 내는 데 쓰인다. 또 칼국수와 파스타, 순두부찌개 등에는 주재료로 이용된다. 바지락은 특히 국산이 인기인데, 국산 공급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면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27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A 대형 마트의 국내산 껍질이 있는 냉장 바지락 100g 가격은 지난해 990원에서 올해 1495원으로 1년 만에 51%나 급등했다. 또 다른 B 대형 마트에서도 비슷한 상품 100g 가격이 820원에서 최근 1180원으로 약 44% 올랐다. 수협 바지락 경매가도 2023년 1㎏당 3043원에서 작년 4138원으로 오른 데 이어 올해도 4240원으로 상승했다. 2년 새 39% 오른 것이다.
이렇다 보니 바지락이 대부분 들어가는 칼국수 가격도 상승세다. 한국소비자원 가격 정보 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11월 서울 칼국수 가격은 9846원으로 작년 11월보다 4.9% 올랐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외식 메뉴 8개 중 김밥(5.7%) 다음으로 많이 올라 한 그릇에 1만원에 육박하게 됐다.
◇ 국산 선호도 높은데 생산 정체...中 수입 늘어도 수요 못 따라가
국내 바지락 공급은 자연산, 양식, 중국산 수입으로 이뤄진다. 전체 공급량은 2023년 5만톤에서 지난해 4만톤대로 줄었다. 올해도 4만톤대에 그칠 전망이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국산은 생산이 정체돼 있고, 중국 수입량만 소폭 늘었다는 점이다. 전체 공급량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3년 23%에서 지난해·올해 50%대로 크게 높아졌다.
국산 바지락 생산량은 2023년 4만톤이 넘었으나 작년 2만톤대로 급감했다. 올해 1~9월 생산량도 1만8000톤으로 연간 생산량이 지난해와 비슷한 2만톤대에 머무를 전망이다. 반면 중국산 수입은 증가세다. 중국산 수입은 2023년 1만7000톤에서 작년 2만톤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9월에는 2만2504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8% 증가했다.
황운기 국립수산과학원 기후환경연구부 갯벌연구센터장은 "국산이 중국산에 비해 '신선하고 품질이 좋다'는 인식 때문에 인기가 좋다"면서 "국내 생산은 크게 늘지 않고, 중국산은 아직도 꺼리는 사람이 많아 국내 수요를 모두 충당할 만큼 수입을 크게 늘리기가 어렵다"고 했다.
◇ 국산 바지락 공급 감소는 '기후 변화' 때문... "국산 종자 개발 필요"
국산 바지락 공급량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기후 변화로 꼽힌다. 바지락은 우리나라 여름부터 겨울까지 버틸 만큼 비교적 온도 변화에 강하다. 그러나 여름철 산란 이후 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수온이 30도, 갯벌 온도가 37~39도까지 오르면 대량 폐사한다. 지난해 여름 충남 지역에서 고수온으로 바지락 62%가 폐사했다. 겨울에는 전북 고창에서 한낮 기온이 20도까지 오르며 70% 이상이 유실·폐사했다.
현재 바지락 양식은 국내산과 중국산 치패(어린 바지락)를 들여와 양식지에 뿌리고 1~2년간 키워 수확하는 구조다. 이 때문에 국내 자연산 바지락이 유실·폐사하면, 종자 및 양식 가격까지 함께 오를 수밖에 없다. 황운기 센터장은 "중국산 새끼 바지락을 갯벌에 바로 뿌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우리 환경에 맞는 국산 종자를 키워 양식장에 넣는 방식으로 양식 체계 전반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