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내년까지 1470원대 수준으로 지속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전망이 나왔다. 한은은 지난 11월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각각 2.1%로 예상했었다.

한은은 17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내년에도 환율이 1470원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환율의 물가 전가 효과가 확대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은에 따르면 최근 물가 상승률은 전망치를 상회하고 있다. 월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월 1.7%에서 10월과 11월 연속 2.4%로 올랐다. 근원물가도 8월 1.3%에서 10월 2.2%로 올랐다가 11월 2.0%로 소폭 내렸다.

한은은 물가 상승 폭이 확대된 배경으로 긴 추석 연휴를 전후로 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서비스 가격이 급등한 것과 환율 상승, 농축수산물·석유류 가격 상승을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환율 상승이 약 0.1%포인트(p), 기상 여건 악화 등 기타 요인이 약 0.2%p 물가를 끌어 올린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은 현재의 환율 상승세가 지속된다면 내년 연간 소비자물가가 0.2%p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지호 조사국장은 이날 오후 서울 한은 본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소비자물가 기본 전망치는 2.1%"이라면서 "현재와 같은 수준이 유지될 경우 약 0.2%p 상방 압력이 더해져 2.3% 안팎에서 움직일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은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이후 높아진 물가 수준으로 인해 어려움이 커진 상황에서 생활 물가를 중심으로 추가적인 물가 상승이 국민 여러분의 부담을 더욱 가중할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면서 "향후 물가 흐름을 경계심을 갖고 보다 면밀히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만 이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오른다고 해서 금리인하 기조가 바로 바뀌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통화정책은 물가 상승세가 일시적인 것인지, 장기적인 것인지를 보고 결정한다"면서 "미국도 물가 상승률이 3%에 가까웠을 때 물가 흐름과 안정화 여부 등을 두고 다양한 논쟁이 있었던 것처럼, (한은도)숫자만 보는 것이 아닌 물가 수준을 보면서 결정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