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지난 27일, 이창용 한은 총재는 '넓은 의미의 통화량(M2)'에 대해 비중 있게 설명했다. 먼저 취재진이 '현재 수준에서 유동성 증가 속도와 규모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이 총재가 "M2가 8.5% 증가했다는 통계가 있지만 (미국과 유럽에서는 M2에 포함하지 않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제외하면 (M2 증가율이) 5.5% 정도 될 것"이라고 답한 것이다.
◇ 한국 M2 증가율 8.5%> 미국 4.5%… "원화 약세 원인" 지적
M2는 현금과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을 합친 통화량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9월 우리나라 M2는 1년 만에 8.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외 주요 국가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같은 기간 미국의 M2 증가율은 4.5%에 그쳤다. 유럽(2.5%)과 일본(1.6%)의 M2 증가율은 그보다 적었다.
한국의 M2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황을 '원화 약세'의 원인으로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한국의 유동성 증가 속도가 미국의 2배에 가깝기 때문에 환율 급등으로 연결됐다' '정부의 확대 재정, 추가경정예산 편성, 소비쿠폰 지급 등이 유동성을 지나치게 늘렸다' 등의 주장이다.
또 M2 증가율은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 탓에 달러 수요가 높아져 환율이 올라갔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는 주장의 근거로도 동원된다. 원화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지고 환율이 높아지는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 수익증권 제외하면 M2 증가율 6.3%… "착시 현상 있다"
이에 대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국의 M2 구성 요소가 다른 나라와 다른 점이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M2에 주식 ETF, 채권 ETF, 주식형 펀드, 채권형 펀드 등 수익증권을 포함하고 있다. 반면 미국, 유럽과 일본은 M2에서 이들을 제외하고 있다. 가격 변동성이 크고 환금성이 낮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 M2에 수익증권을 넣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수년간 권고해왔다.
우리나라 M2에서 수익증권을 제외하면 증가율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올해 9월 수익증권을 포함한 M2 증가율은 8.5%였지만, 수익증권을 제외하면 증가율이 6.3%로 내려간다. 국내 수익증권 잔액은 올해 1월 380조원이었는데 꾸준히 늘어나 9월에는 465조원이 됐다. M2에서 수익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안팎에 이른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M2에서 수익증권을 빼면 증가율이 5.5%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M2 증가율에 '착시 현상'이 있다고 한 셈이다.
◇ "M2 계속 증가하면 물가, 가계부채, 환율 등에 부담"
하지만 한국 M2에서 수익증권을 제외하더라도 증가율은 미국, 유럽과 일본에 비해 적게는 1.8%포인트, 많게는 4.7%포인트 높다. 유동성 증가가 상대적으로 많다고 볼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유동성이 많이 풀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새로 풀린 것이 그렇게 크지는 않고 과거에 굉장히 많이 풀려 있던 유동성이 중장기 상품에서 (현금성 자산인) M2로 옮겨오는 구성 변화는 상당히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M2 증가의 원인을 금리 인하 이후 완화된 금융시장 여건에서 찾고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를 계기로 투자성 자금 유입이 확대됐고, 정부가 대출 확대를 통한 투자를 장려하면서 M2가 더 늘었다"며 "이 과정에서 통화승수(본원통화가 얼마만큼의 통화량을 창출하는지 보여주는 지표)도 함께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홍철 DB투자증권 연구원은 "M2가 늘어나면 물가 상승과 가계부채 확대, 원화 공급 증가에 따른 환율 상승 등이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런 위험 요인을 고려할 때 정부와 외환당국이 M2 흐름을 더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