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뉴스1

공정거래위원회가 도금업과 2차전지 제조업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표준 하도급 계약서를 만들었다고 28일 밝혔다. 위험 물질을 취급하는 업종에서 기술 유출과 산업재해를 막기 위한 조항을 계약 단계부터 명확히 하려는 목적이다.

새로 제정된 계약서에는 하도급 대금 지급 기준, 부당한 납품 취소 금지, 원가 변동 시 대금 조정 등 기본적인 보호 조항이 담긴다. 업종 특수성도 반영했다. 2차전지 제조업의 경우 입·퇴사자 보안 서약, 보호 구역 출입 통제, 보안 검색 절차 등을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했고, 도금업에는 유해 화학물질 취급 기준을 위반할 경우 책임이 발생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기존 14개 업종도 최신 법령과 거래 현실을 반영해 개정됐다. 원가 상승분 반영 지연, 특정 물품 구매 강요 같은 분쟁이 반복된 점을 고려해 분쟁이 발생하면 원사업자가 거래 조건의 적정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원칙이 계약서에 추가됐다.

음식료 제조업은 재생 플라스틱을 사용할 경우 식약처 기준을 충족한 재료만 쓰도록 했다. 엔지니어링 업종은 원재료의 소유권과 잔여 물량 처리 기준을 명확히 했다. 조경식재공사업은 공사 완료 후 유지 관리 과정에서 고의·과실이 없으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이번 개정의 가장 큰 변화는 59개 전 업종의 표준 계약서에 '산업재해 예방 조항'을 의무화한 점이다. 작업 중지·대피 기준, 화재·사고 발생 시 응급조치, 보호 장비 지급 등 안전 관련 의무를 계약서에 명확히 규정했다. 공정위는 "산재 사고가 반복되는 현실을 고려해 계약 단계에서부터 안전 관리를 강화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표준 계약서를 사업자 단체와 협력해 확산하고, 대한상의·중소기업중앙회 누리집 등에 주요 내용을 안내할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거래 지위가 약한 수급 사업자의 권리가 보호되고, 업종 특성에 맞는 합리적 계약 관행이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