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 베링기스 해변

A씨는 패키지로 떠난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여행에서 배를 타다가 철제 계단에서 넘어져 왼쪽 엄지손가락 뼈가 골절됐다. 귀국해 병원에서 골이식술을 받았지만 운동기능이 제한되는 영구 장애가 남았다. A씨는 패키지를 구성한 여행사에 치료비를 요구했으나, 여행사는 책임이 없다며 발뺌했다. 결국 A씨는 여행사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A씨처럼 여행사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여행 중 당한 사고에 대해 배상 받기 위해 여행사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들 전망이다. 앞으로 여행사는 소비자가 여행 중 당한 사고에 대해 배상 책임을 진다는 내용을 대리점과 맺는 계약서에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런 내용의 '여행업종 표준대리점 계약서'를 제정해 시행한다고 20일 밝혔다. 그동안 여행사와 대리점 간 계약서가 표준화 되어있지 않았는데, 이번에 공정위가 만든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여행업종 표준대리점 계약서에는 '현지 행사 주관 등 대리점 업무가 아닌 여행사의 소관 업무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여행사가 배상 책임을 진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계약서에는 여행사가 대리점에 갑질 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들도 들어갔다. 여행사가 대리점에 경제적 이익을 달라고 강요하거나 판매 목표를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여행사의 대리점에 대한 경영활동 간섭 ▲보복조치 ▲허위, 과장 광고 제공 행위도 금지된다.

또 여행사가 대리점에 지급하는 판매수수료는 현금 지급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도 계약서에 포함됐다. 공정위는 여행사와 대리점이 수수료의 종류와 산정 방법, 지급 절차 등은 부속 약정서에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여행사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대리점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약정은 맺지 못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또 여행사가 특정 업체를 통해 대리점 영업장 인테리어 시공을 강요할 수 없게 했다. 또 시공 후 5년이 지나지 않았다면 재시공을 요청할 수 없도록 했다.

공정위는 여행사가 대리점에게 2년의 계약 갱신 요청권을 부여하도록 했다. 여행사가 대리점과의 계약기간 만료 60일 전까지 갱신 거절이나 거래 조건 변경과 같은 의사 표시를 하지 않으면 종전과 동일한 조건으로 계약이 자동 연장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