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위치한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전경. /뉴스1

국회가 이달 세법안 심사에 들어갈 예정인 가운데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 감세 법안이 쏟아지면서 세수 기반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 재정 기조로 돌아선 상황에서 세입 확충 방안은 없고 세입 감소를 초래할 법안만 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의 '감세 경쟁'이 재정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단기 표심보다 세입 기반 확충 논의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4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30여 건이 발의됐다. 대부분은 세제 비과세·감면을 확대하거나 일몰을 연장하는 감세안이다. 외국인 관광객 부가가치세 환급을 비롯해 중고 거래 매입세액 공제, 청년 저축·출산 장려금 세제 지원 등 정부가 종료하기로 한 특례 제도를 다시 살리거나 대상을 넓히는 내용이 많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외국인 관광객 미용 성형 의료 용역에 대한 부가가치세 환급 특례를 2028년 말까지 3년 연장하는 법안을 냈다. 정부는 한시 제도임을 이유로 올해 종료하겠다고 했지만, 박 의원은 "의료 관광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2026~2029년 703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국회예산정책처는 내다봤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고 이동통신 단말 장치 '안심 거래 사업자'가 취득한 단말기에 대해서도 매입 세액 공제 특례를 적용해 중고폰 시장의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최근 급성장한 중고 거래 시장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지만, 특례 대상을 넓히는 만큼 세수 감소 우려도 뒤따른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은 위기에 직면한 석유화학 산업의 사업 재편 과정에서 취득세·재산세를 감면하는 한시적 특례를 신설하는 법안을,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직원 출산 장려금을 지급한 기업에 법인세·소득세 공제(30%)를 허용하는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청년층을 겨냥한 조세 특례도 잇따랐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년미래적금에 가입한 청년의 이자소득을 비과세하는 안을 냈고,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외식업소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금액의 30%를 근로소득에서 공제하도록 하는 소비 활성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처럼 산업·세대·지역을 가리지 않고 세제 감면 대상을 확대하거나 일몰을 연장하는 법안이 잇따르면서, 세수 확보를 목표로 한 기획재정부의 정책 방향과는 엇박자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 재정을 펴는 상황이라 세입 기반 약화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 /뉴스1

정부는 내년 총지출을 728조원으로 늘리는 등 긴축에서 확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연구개발(R&D)과 산업·에너지 분야 예산이 각각 19.3%, 14.7% 증가했고, 복지·고용 분야 예산도 269조1000억원으로 20조원 넘게 확대됐다.

하지만 국세 수입 증가율은 2%에 그치며 세입 기반은 여전히 취약하다. 정부가 27조원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사실상 국채 발행과 회계 간 내부 거래로 재정을 메운 셈이다.

결국 확장 재정을 뒷받침할 세입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세수 결손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조세 지출 구조조정과 지방세 확충, 국채 발행으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모두 한계가 뚜렷하다. 구조조정은 연간 수조원 절감에 그치고, 지방세 확충은 지역 편차 탓에 불균형이 크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지난 9월 보고서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 회복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낮아진 조세부담률과 악화하는 재정건전성 지표를 함께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세제 감면이 정치 일정과 맞물려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점을 우려하며, 세입 기반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회의원들이 각 이해 단체의 요구를 반영해 감면 법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세입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조세 특례는 사실상 재정 지출과 같다"면서 "조특법에 대한 사전 타당성 검토를 강화해 실효성 없는 감면은 과감히 걸러내고, 과표 현실화 등을 통해 세입 기반을 넓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명목 세율을 높여도 각종 공제·감면 제도가 유지되면 실효 세율은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면서 "감면 제도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세수 결손이 불가피한 만큼, 공제·감면 제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