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관세 협상에 전격 합의하며 어려움을 겪던 국내 산업계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며 "대미 투자를 한국 미래 산업 혁신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30일 대통령실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양 정상은 전날 경주에서 열린 회담에서 관세협상 후속협의 내용에 전격 합의했다. 이번 합의는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 가운데 우리 정부가 2000억 달러를 현금으로 투자하되, 연간 투자 한도를 200억 달러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대신 미국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 관세를 각각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이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전액 현금 투자' 요구를 완화시켰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한다.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전 주제네바 대사)은 "양해각서(MOU) 세부 내용이 확정돼야 최종 평가가 가능하지만, 한·미 간 교착 상태를 풀고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최용민 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도 "전액 현금 대신 2000억 달러 현금 투자로 조정한 것은 협상력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관세협상이 전격 타결됐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은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는 헌법 60조 1항 규정에 따라 정치적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여야가 한·미 협상 내용을 두고 공방을 벌일 경우, 협정 발효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또한 10년간 2000억 달러의 투자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문제 역시 정부의 부담으로 남는다.
향후 체결될 MOU 세부 조항에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의 통상협상 사례처럼, 최종 문서에 발표 당시 포함되지 않았던 조항이 추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전 주제네바 대사)은 "미·일 협상 직후 양국이 상반된 해석을 내놨지만, 최종 MOU에는 미국 측 요구가 다수 반영됐다"며 "이번에도 구두 합의만으로 협상이 마무리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를 단순한 관세 협상으로 한정하지 말고,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을 갖춘 투자 모델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정부는 기업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협의체와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단기 투자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수익 구조를 확보할 수 있는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미 간 안보·미래산업 협력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조선·자동차를 넘어 방위산업과 첨단 기술 분야로 협력 폭을 넓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최용민 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국의 대미 투자가 양자역학·인공지능(AI) 등 미래산업 공동 연구개발(R&D)로 확장돼야 한다"며 "미국의 기술력과 인적 자원을 적극 활용해 한국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윈윈형 협력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핵잠수함 건조 같은 개별 프로젝트에 머물지 말고, 기초과학 분야 협력을 강화해야 산업 전반의 활용도와 잠재력이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었다면 이번 관세협상 타결도 어려웠을 것"이라며 "정부 역시 기업의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이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