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0월 27일 오전 10시 42분 조선비즈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다음 달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의혹 사건을 다시 심의한다. 지난해 '재심사' 결정을 내린 이후 약 1년 만으로, 연내 제재 여부를 확정할 전망이다. 수조 원대 과징금 부과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결론을 앞둔 금융권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27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공정위는 다음 달 19일과 26일 전원회의를 열고 4대 은행의 LTV 담합 의혹 사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이번 전원회의는 지난해 11월 열린 전원회의 이후 제기된 추가 검증 사안들을 중심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4대 은행이 LTV 정보를 공유하며 대출 경쟁을 제한했다고 보고 있다. 은행이 더 많은 대출을 해줄 수 있었음에도 담보인정비율을 낮춰 소비자 대출 한도를 줄였고, 결과적으로 금리 부담을 키웠다는 논리다.
공정위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은행들은 총 2만건이 넘는 LTV 정보를 이메일이 아닌 종이 문서(하드카피)로 주고받았다. "담합 이슈 때문에 파일로 주고받지 못하고 일일이 적었다"는 내부 대화와 "뒤로 윈윈한다"는 표현을 주고받기도 했다. 심사관 측은 이를 '조직적인 정보 교환 정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반면 은행권은 담합 의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LTV 정보는 정부 규제 한도(투기지역 50% 등) 안에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참고 수치일 뿐, 최종 대출 한도나 금리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 "은행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담보 비율을 일부러 낮출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LTV 담합의 핵심 쟁점은 은행들이 공정위가 주장하는 정보 담합을 통해 부당이득을 얻었는지 여부다. 은행들은 LTV와 관련된 정보를 공유한 것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일이라고 항변한다. LTV를 낮추면 거꾸로 대출 한도가 줄어들기 때문에 은행들이 담합을 할 유인이 적다는 논리다.
앞서 공정위는 2023년 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금융·통신 분야의 과점을 해소하고 경쟁 촉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뒤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조사 착수 배경에는 '금융권 독과점 구조 개선'이라는 정치적 목표가 있었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번 2라운드 전원회의는 그 흐름이 새 정부에서 어떤 결론으로 이어질지 시험대가 되는 셈이다.
핵심 쟁점은 공정위가 은행 간 정보 교환이 실제 한도·금리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쳐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느냐다. 공정위는 지난해 재심사 결정 후 보완 조사를 거쳐 올 4월 심사보고서를 다시 작성했다. 관련 매출액 산정 범위가 확대되면서 과징금 규모가 1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지난해 1차 회의에서 검찰 고발 의견을 철회했던 만큼, '담합 성립 요건' 입증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이번 재심사 과정에서 담합의 경쟁제한성을 입증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전원회의에서 제기된 핵심 쟁점이 '은행 간 정보 교환이 실제로 시장 경쟁을 제한했는가'였던 만큼, 보완 조사는 기업 대출을 포함한 대출 전반의 경쟁 구조를 다시 들여다보는 데 방점이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정보 공유가 시장 가격 결정에 미친 영향을 뒷받침할 추가 근거가 일부 확보된 것으로 파악된다. 공정위는 이러한 근거를 토대로 LTV 정보 교환이 실질적인 경쟁제한으로 이어졌는지를 전원회의에서 다시 판단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전원회의 결과에 정치적 변수도 작용할 것으로 본다. 윤석열 정부 시절에는 강경 제재론이 우세했지만, 새 정부는 생산적·포용 금융 확대 기조를 내세우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권 교체 후 은행권의 사회적 역할이 커진 만큼, 1조원대 과징금은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공정위가 제재 강도를 조정할 여지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원회의 결과에 따라 금융권에는 사상 첫 '정보교환 담합' 판례가 남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담합이 부정되면 공정위가 2년 넘게 이어온 대형 카르텔 조사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