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상버스에 휠체어를 타고 오르는 모습. /조선DB

정부가 20년 가까이 정액으로 지급해 온 저상버스 보조금을 처음으로 차등화하기로 했다. 전기 저상버스 보급이 확대되고 시장이 안정 단계에 들어선 만큼, 교통약자 이동권을 더 강화하고 보조금 재정의 효율적 운영도 꾀하기 위해서다.

8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저상버스 국가보조금 지급방안 개선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지금까지는 차량 한 대당 9200만원을 국비와 지자체가 매칭해 일괄 지원했지만, 앞으로는 성능과 편의시설 수준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 검토된다.

저상버스 보조금은 2004년 도입됐다. 이후 2019년부터는 관련 법에 따라 의무화됐지만, 지금까지는 지급단가가 한 번도 손질되지 않았다. 차량 성능이나 교통약자 편의시설 설치 여부와 상관없이 동일한 금액이 지급돼, 제작사별 품질 편차를 방치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저상버스는 장애인과 고령자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전국 지자체가 도입하는 차량이다. 하지만 단말기 위치나 안내기 설치 수준 같은 편의시설 기준이 모호해, 일부 차량은 어린이나 휠체어 이용자가 사용하기 불편한 구조라는 비판이 있었다. 승하차 벨이 천장에만 설치돼 활용이 어려운 사례도 있었다.

국토부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성능과 편의시설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보조금과 연동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예컨대 교통약자 편의시설을 표준에 맞게 설치한 차량은 현행 수준의 보조금을 유지하지만, 그렇지 않은 차량은 지원액이 줄어드는 구조다. 단순히 차량이 '저상'으로 제작됐는지만 보는 기존 제도를 넘어, 품질 개선을 직접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개편은 재정 효율성 확보도 핵심 목표다. 도입 초기에는 기술 개발비를 고려해 보조금을 두텁게 지원했지만, 시장이 자리를 잡은 지금은 같은 수준의 보조금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최대 단가 9200만원을 상한으로 두고, 성능이나 편의시설이 미흡한 차량에는 감액을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운수업계의 반발 가능성도 있다. 보조금이 줄면 차량 구매 비용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토부는 제작사가 성능과 편의시설을 개선해야 운수업체가 혜택을 보는 구조를 설계해, 자연스럽게 제작사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자체도 보조금 차등화에 맞춰 합리적으로 차량을 선택하게 되는 만큼, 결과적으로 교통약자 이동권과 재정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국토부는 저상버스 표준 모델 지침도 함께 손질할 예정이다. 현행 지침은 세부 기준이 미비해 제작사별 편차가 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단말기·안내기 위치, 승하차 벨 설치, 액정표시장치(LCD) 안내 시스템 같은 항목을 구체화해 표준 모델을 개정하고, 일부는 보조금 지급 기준과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오는 2030년까지 마을버스, 2032년까지 시내버스를 100% 저상버스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사실상 모든 노선에 저상버스를 투입하겠다는 구상이다. 중앙정부가 보조금 제도를 정비하고 지자체가 전면 도입을 추진하면서, 저상버스 정책은 전국적으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교통약자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춘 차량이 더 많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 보조금이 정책 목표를 실현하는 수단이 되게 할 것"이라면서 "재정 효율성과 교통약자 권익 보장을 함께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