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 달성하겠다면서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조달과 배분 방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5만장을 확보해 슈퍼컴퓨터 6호기를 구축하는 것을 비롯해 민간의 연구를 뒷받침할 방침이다.

그래픽=손민균

21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1차 추가경정예산(1조4600억원)과 2026년도 본예산(2조1000억원)으로 GPU 확보 사업을 진행 중이다.

GPU 확보 방안은 크게 3가지다. 정부가 국내 기업을 통해 '구매 대행'하는 게 주된 방식이다. 정부는 현재 이 방법으로 당초 목표한 물량보다 30% 많은 GPU를 확보했다. 이 밖에도 정부는 '정부 프로젝트를 수주한 기업'과 '정부와 민간이 공동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이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방식으로 GPU를 확보할 계획이다.

먼저 구매대행 방식을 보면 공모를 통해 클라우드 기업 중 구매 대행 회사를 정하고, 이 회사들이 입찰을 통해 GPU를 들여오도록 하는 구조다. GPU는 발열이 심해 사용하려면 냉각시설이 갖춰진 데이터센터가 있어야 하는데, 정부가 따로 이런 인프라를 만들기보다는 이미 데이터센터를 갖춘 기업을 활용한 것이다.

1차 추경을 재원으로 하는 GPU 확보 사업의 구매 대행 회사는 네이버클라우드, NHN클라우드, 카카오 등 3사다. 정부는 이 사업으로 GPU 1만장을 공수하려 했으나, 구매가 예상보다 싸게 이뤄지면서 1만3000장을 확보하게 됐다. 이 물량은 10~11월 중으로 국내에 들어오는데, 이르면 연말부터 사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정부는 추가로 확보된 3000장을 구매 대행 회사가 자율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정부 관계자는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데도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머지 1만장은 정부 활용분이다. 구매 대행 회사 3사의 데이터센터 내에 설치돼 정부의 심사를 받은 산학연 관계자가 클라우드 방식으로 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 1만장의 배분을 위해 'GPU 통합 지원 온라인 체제 기반(플랫폼)'을 만들고 심사 등을 통해 원하는 산학연 관계자와 소통할 계획이다.

내년 본예산을 재원으로 하는 GPU 확보 사업도 위와 동일하게 진행된다. 이 사업으로 정부가 목표하는 물량은 1만5000장이다. 앞서 사업에 참여했던 네이버클라우드 등은 물론 당시 구매 대행 회사 선정에서 탈락했던 쿠팡도 공모에 참여할 수 있다.

정부가 발표한 5만장의 GPU엔 국가 초고성능컴퓨터(슈퍼컴) 6호기에 들어가는 1만장도 포함돼 있다. 1만장은 정부의 슈퍼컴 6호기 구축 사업을 수주한 글로벌 IT 기업 휴렛팩커드가 조달한다. 지난 5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 휴렛팩커드는 3825억원에 슈퍼컴 6호기 구축 계약을 체결했다.

슈퍼컴 6호기는 내년 상반기 중 구축이 완료될 예정으로, AI 학습과 추론, 시뮬레이션뿐만 아니라 대규모 과학·공학 계산, 초거대 AI 모형 연구에 활용될 예정이다. KISTI에 과제를 제출해 선정된 산학연 관계자라면 슈퍼컴 6호기를 사용할 수 있다.

GPU 5만장 중 마지막 1만5000장은 국가AI컴퓨팅센터의 몫이다. 국가AI컴퓨팅센터는 이번에 신설되는 민간 주도의 SPC다. 국내 중소·신생기업, 대학, 연구소 등에 GPU를 공급하는 역할을 맡는다.

정부는 국가AI컴퓨팅센터에 일부 출자하기로 했는데, 그 비중은 30% 미만으로 계획 중이다. 70% 이상은 민간 지분이다. 정부의 출자금액은 민간에서 모이는 출자금에 따라 결정된다. 민간에서 7000억원을 모으면 정부가 3000억원 출자하는 식이다. 정부는 이달 국가AI컴퓨팅센터 설립에 참여할 민간 참여자를 찾기 위해 공모에 나섰다.

센터가 만들어지면 정부는 정책금융 대출 등의 방식으로 지원하고, 센터는 출자금과 대출 등을 활용해 GPU를 구입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미국 민간 기업이 AI에 투자하는 금액은 수백조원 단위"라면서 "이번 (GPU 확보) 조치들은 AI 게임에 참여할 최소한의 참가 자격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