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내년부터 재정경제부(재경부)와 기획예산처(예산처)로 분리하면서 거시 경제 정책 운용의 일관성이 저해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경제 정책을 다루는 기능이 이원화하면서 위기 시 신속한 대응이 어렵고, 이재명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이 예산처의 검토만으로 추진돼 재정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와 여당은 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기재부를 재경부와 예산처로 분리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했다. 과거 노무현정부 시절 정책·세제와 예산·재정 기능을 분리했던 정부 조직 구조를 재도입하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기재부의 권한과 기능이 비대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능을 분리하는 조직 개편을 공약한 바 있다. 이번 개편안은 공약을 구체화한 것이다.
기재부 조직 개편안의 핵심은 재경부와 예산처 이원화다. 재경부는 경제정책, 국고, 세제, 금융 업무를 담당한다. 예산처는 예산 편성 및 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현재 기재부 조직으로는 1차관 라인이 재경부로, 2차관 라인인 예산실이 예산처로 이관된다.
여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기재부가 예산 편성권을 바탕으로 타 부처를 주무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룡 부처', '기재부의 나라'라는 표현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 개편은 이러한 비판을 반영해 예산 기능 분리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 기능 분리했지만, 금융 기능으로 더 막강해진 재경부
그러나 기재부가 국가의 예산 편성과 경제정책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며 거시경제 조정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기능 분리로 위기 대응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과 경제정책이 따로 돌면서 정책 조율이 안 돼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08년 이명박정부가 재경부와 예산처를 통합했던 배경에도 이러한 문제의식이 반영됐다. 당시 정부는 '예산과 국고, 세제 등 재정기능이 분산돼 있어 재정건전성에 대한 통제가 취약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이재명정부가 확장재정 정책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정책과 예산은 상호 긴밀하게 연결돼야 하는데, 부처가 나뉘면 대응 속도나 정책 시너지가 떨어질 수 있다"라면서 "예산처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두면서, 재경부의 재정건전성 관리 기능도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행정비용 증가와 업무 중복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조직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인력을 재배치하고 시스템을 분리하는 추가적인 행정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의 금융 정책 기능이 재경부로 이관되면서, 오히려 재경부의 권한이 더 커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권력 분산을 목적으로 추진한 조직개편이지만 재경부에 금융 정책이 포함되면서 오히려 권한이 더 막강해졌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