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보신탕 골목에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내년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안에서 개 식용 종식 지원과 공익직불금, 가뭄대비 용수개발 등 주요 사업 예산을 대폭 감액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 감소와 불용 우려가 있는 항목을 중심으로 지출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일 관계부처와 농식품부에 따르면 개 사육 농가 폐업·전업 지원 예산은 올해 485억원에서 내년 153억원으로 약 70% 삭감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이미 전체 농가의 70%가 폐업해 지원 대상 자체가 급격히 줄었다"면서 "내년 이후에는 남은 30% 농가를 중심으로 지원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 식용 종식 사업은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김건희 여사가 관심을 보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정부는 2027년 2월까지 식용 목적의 개 사육·도축·유통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고, 농가 폐업과 전업을 지원하는 예산을 편성했다.

사업을 진행한 결과 올해 예산 544억원에 더해 예비비 834억원까지 투입할 만큼 조기 폐업이 많았다. 그 영향으로 내년 폐업 수요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사업 축소가 아니라 대상 감소에 따른 자연스러운 감액"이라고 했다.

내년 농식품부 예산안에서 단일 항목 기준 가장 크게 감액된 것은 기본형 공익직불금 예산이다. 올해 2조6334억원에서 내년 2조4534억원으로 1800억원 줄었다. 정부는 '공익직불제법'에 따라 연간 종합소득 3700만원 이하 농업인에게 면적·소농 단위로 기본형 직불금을 지급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공익직불금은 지급 대상 농지와 농가가 정해져 있어 자격을 잃으면 자동으로 탈락한다"면서 "농지 전용이나 농업 외 소득 증가로 수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 지급 규모가 줄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기본형 직불 예산을 줄인 반면, 친환경·저탄소 농업이나 밀이나 옥수수 등 전략작물 재배를 조건으로 한 선택형 직불 예산은 올해 3201억원에서 내년 5164억원으로 늘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원 강릉시 성산면 오봉저수지를 방문해 가뭄 피해 상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가뭄 대비 용수 개발 예산은 올해 106억원에서 내년 101억원으로 줄었다. 강원 동해안 등지에서 가뭄 피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예산은 소폭 감액된 것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예산을 전액 상반기에 배정해 이미 집행했고, 추가 대책은 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와 지자체 예비비로 충당하고 있다"면서 "사업 축소가 아니라 우선순위 조정의 결과"라고 말했다.

국제농업협력(ODA) 예산은 올해 2024억원에서 내년 727억원으로 1296억원 감액됐다. 핵심 원인은 쌀 원조 축소다. 과거 국내 쌀이 남아돌던 시기에는 15만톤을 해외 원조로 내보냈지만, 내년부터는 5만톤으로 줄인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내 수급 사정이 여유롭지 않아 비축을 늘리는 차원에서 원조 물량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수입양곡대 예산도 줄었다. 관세할당물량(TRQ)을 수입하는 쌀 구매비용은 올해 5922억원에서 내년 5482억원으로 440억원 감액됐다. 최근 국제 쌀값이 하락하면서 수입 단가가 낮아진 것이 배경이다.

정부는 이번 지출 구조조정이 단순 감액이 아니라 '실행 가능성과 효율성'을 고려한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산업단지 근로자와 중소기업 직장인에게 월 4만원 수준의 식비를 지원하는 '직장인 든든한 한 끼'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천원의 아침밥' 같은 생활밀착형 지원, 전략작물 직불제 등은 확대해 농정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김한호 서울대 농업자원경제학과 교수는 "기본형 직불제 대신 선택형 직불제를 확대하는 것은 쌀 중심 농업 구조를 다변화하고 전략 작목 재배를 늘리려는 정책 전환과 맞닿아 있다"면서 "ODA나 개 식용 예산을 줄인 조치는 재정 효율성 차원에서 이해되지만, 농정 전환 과정에서 현장 반발을 최소화할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