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향후 4년간 나랏빚이 500조원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29일 공개한 '2025-2029 중기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올해 1302조원(2차 추경 기준)에서 2029년 1789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경제 성장 속도보다 채무가 더 가파르게 증가해, 올해 49.1% 수준이었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9년 58%까지 올라간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이재명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30년에는 국가채무 규모가 2000조원에 육박하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기게 된다.

재정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지만, 재정당국은 '괜찮다'는 반응이다. 재정을 성장 유망 사업에 집중 투자해 성과를 내고, 그 성과가 국가 경제 성장을 견인해 나라 살림도 좋아지는 '낙관론'을 앞세우고 있다. '건전재정'을 내세우며 '짠물 예산안'을 편성했던 작년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그래픽=정서희

◇ 총지출 확대에 비해 수입은 더뎌… 적자 고착화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총지출을 728조원으로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673조3000억원)보다 8.1% 증가한 규모다. 올해 본예산의 증가율은 2.5%였다.

반면 내년도 예산안의 총수입 증가율은 3.5%(본예산 대비)에 불과하다. 세입경정을 실시한 2차 추경을 기준으로 잡아도 4.95%다.

수입은 적은데, 지출이 급증하니 재정적자는 악화한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관리재정수지는 올해 73조9000억원 적자에서 내년 109조원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기획재정부는 내다봤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올해 2.8%였던 게, 내년엔 4%로 예상됐다. 이 비율은 2029년까지 4%선을 상회할 것이라고 기재부는 밝혔다. 재정건전성 강화를 목표로 기재부 스스로 설정했던 재정준칙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 3% 이내 관리'는 사실상 폐기됐다.

그래픽=정서희

문제는 이러한 어두운 관리재정수지 악화 전망마저 '재량지출' 증가율을 낮은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재정당국의 긍정회로가 반영된 결과라는 점이다.

기재부가 공개한 중기재정지출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의무지출 증가율은 총지출 증가율(8.1%)보다 낮은 6.3%로 관리했지만, 재량지출은 10.28% 늘렸다.

저출산·고령화 영향으로 한국의 의무지출은 연평균 6.3%씩 늘어날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는 의무지출 증가율은 기존 수준을 유지하되, 재량지출 증가율은 2027년부터 2~3%대로 낮게 관리하겠다고 했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2.0%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이후로는 물가상승분만큼만 재량 지출을 늘리겠다는 의미이다.

신규 사업을 벌리지 않고, 현재 반영된 사업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관리한다면 불가능한 재정 운용 계획은 아니지만, 산적한 국정과제를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이 정부처럼 확장재정 정책을 폈던 문재인 정부는 임기 첫해 편성한 2018년 본예산의 총지출 증가율을 7.1%로 잡은 이후, 임기 내내 9%대 총지출 증가율을 유지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내년도 예산안의 재량지출 증가율이 10%가 넘는데, 후년부터는 물가상승률 수준인 2~3%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걸 누가 신뢰하느냐"라면서 "중기재정운용계획을 봤을 때 국가 재정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의 지적대로 재량지출 증가율이 계획치를 상회할 경우, 나랏빚 규모는 더 커지게 된다. 이는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

그래픽=손민균

◇ 쌓여가는 나랏빚… 국가채무 전망 더 늘어

벌이보다 씀씀이가 더 커지면서 국가채무는 매년 가파르게 쌓인다. 정부는 작년에 올해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국가채무 규모를 1273조원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지난 7월 2차 추경 편성으로 재정 지출을 늘리면서 국가채무 규모를 1302조원으로 확대했다.

정부는 한국의 국가채무 규모가 내년에는 1415조2000억원, 2027년 1532조5000억원, 2028년 1664조3000억원을 거쳐 2029년 1788조9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매년 110조~130조원가량 나랏빚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4년간 증가하는 국가채무 규모는 515조6000억원에 달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같은 기간 48.1%에서 58%까지 높아진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상의 2028년 국가채무 비율은 50% 수준이었다.

당시 정부는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50%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하지만 새정부에서 이러한 나랏빚 관리 목표가 사라졌다. 이로 인해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이에 따른 국채 이자 부담도 커지게 됐다.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국채이자는 30조1000억원이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의 적정선은 얼마일까. 이 질문에 유병서 기재부 예산실장은 "특정 숫자를 특정하긴 어렵다"라면서 "재정운용을 필요할 때에는 적극적으로 하고, 아닐 때는 갚아나가고 하면서 어떻게 이 구조를 잘 만들어 가느냐가 더 중요하다"라고 답했다.

정부는 "성과 중심 재정운용을 통해 경제성장과 재정의 선순환 구조를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정부는 지출 증가율을 낮춰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려 했지만 오히려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해 세입 기반이 축소되는 악순환이 나타났다"고도 했다. 짠물 예산을 편성한 게 국가 성장 기반을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총수입 기반이 여전히 취약한 상황에서 지출 확대가 지속되는 만큼, 국가채무 증가 속도와 지속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하다.

김우철 교수는 "중기재정운용계획을 보면 연간 120조원에 달하는 적자 재정 운용을 당연시 여기고 있다"라면서 "적자 재정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국가신용도 하락과 이에 따른 거시경제 충격을 대비해야 한다"라고 했다.

반면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GDP 대비 국가부채 비중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재정지출이 불가피하다"면서 "다만 효과적으로 써서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채무 논란 때문에 필요한 지출을 하지 못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현재는 국가채무 비율이 국제 기준과 비교하면 버틸 만한 수준이지만, 고령화와 저성장이 맞물리면 세수 기반이 약해지면서 재정건전성 악화가 본격화할 수 있다"며 "기업투자 활성화를 통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장기적 해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