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하면서 지난 7월에 이어 관망 기조를 이어갔다. 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 효과를 더 지켜보며 인하 시점을 저울질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오는 9월 17일(현지시각) 미국 금리 인하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28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 2021년 8월부터 2023년 1월까지 기준금리를 0.5%에서 3.5%로 올려놓은 뒤 1년 7개월간 금리를 묶어뒀다. 그러다 작년 10~11월 연달아 금리를 내린 후 올해 들어 동결(1월·4월·7월), 인하(2월·5월)를 번갈아 결정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 결정에 대한 전망이 엇갈렸지만, 금통위 날이 다가오면서 '동결'이 비교적 우세하게 점쳐졌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4%는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이는 직전 조사인 7월보다 9%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시장에서는 동결의 주된 근거로 한은이 서울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추세를 더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들고 있다. 소비자들의 집값 상승 전망은 지난 6월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낮추는 등 고강도 규제에 나선 이후 한 달 만에 다시 반등한 상황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값은 8월 첫째주 0.14% 상승하며 전주(0.12%) 대비 0.02%포인트 올랐다. 6월 부동산 대책 발표 뒤 5주 연속 상승폭이 둔화하다, 6주 만에 처음으로 소폭 확대된 것이다. 8월 둘째주와 셋째주에는 다시 0.10%, 0.09%로 상승폭이 줄었지만 선호 단지 가격 오름세는 지속되고 있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7일 기준 760조8800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1조9100억원 늘어났다. 일평균 2700억원으로, 대출 규제 후 증가세가 꺾였던 7월 일평균(1300억원)의 2배가 넘는다.

2%포인트 역대 최대로 벌어진 한미 금리차 역시 인하 결정을 내리기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 정책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지만, 고용과 물가 지표를 확인할 필요가 남아 있어 더 지켜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한은의 선제 인하는 외인 자금 이탈과 1400원대 환율을 야기할 수 있다.

다만 추후 금리 인하가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에 맞춰 금리를 내려, 통화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 본격화로 경기 하방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금리 인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달 말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된 이후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지난 22일 발표한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실질 국내 총생산(GDP) 성장률을 0.9%로 전망했다. 올해 초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1.8%보다 0.9%p 하향 조정한 것이다. 이러한 전망에는 미국이 예고한 반도체 등 품목 관세가 반영되지 않아, 여전히 수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9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하 재개, 트럼프 관세정책 등 대외 리스크 관련 요인과 국내 금융안정 측면을 점검한 후 연내 한 차례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