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새정부 경제성장전략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신학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구윤철 부총리,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뉴스1

중국의 기술 굴기, 미국의 무역 질서 흔들기 속 한국 경제의 활로는 '인공지능(AI)'이라는 처방이 담긴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을 정부가 22일 발표했다. 이번 전략에는 AI를 기반으로 제조업을 혁신해 중장기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청사진이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AI를 활용한 제조 혁신으로 잠재성장률을 3%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접근법에는 대체적으로 공감했다. 다만 당면한 경기 부진과 소비 위축을 헤쳐나갈 단기 대응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과제만 열거식으로 나열하고, 세제와 재정 지원 등 구체적인 계획이 빠져있는 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AI에 집중하겠다는 접근 자체는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이는 중장기적 과제이지, 경제정책방향에 담겨야 할 단기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우 교수는 특히 건설경기 부진과 소비 회복 방안 등 현실적인 대책이 누락됐다고 꼬집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AI를 활용한 제조 혁신으로 잠재성장률을 3%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는 좋다"라면서 "노동·자본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기술혁신은 당면 과제"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어 "비전은 좋지만 실행력을 담보할 구체적 방안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정부가 AI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좋지만, 구체적인 연도별 계획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도 "이번 전략의 핵심은 AI 투자를 대폭 늘리겠다는 것인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담기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정책 일관성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의 주체를 기업으로 설정하면서도, 노동법 개정 등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정책이 병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식 교수는 "잠재성장률 3% 목표를 달성하려면 기업 투자가 늘어나도록 노동시장과 세제 등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제도를 개선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라면서 "재정을 풀어 내수를 진작시키겠다고 하면서, 한편에선 기업투자를 위축시키는 정책을 구사한다. 내수를 부양하려면 일관적인 경기 부양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석병훈 교수는 "잠재성장률 제고 방안을 기술 혁신 측면에서만 찾은 것 같다"며 "노동과 자본 투입의 효율화를 따지는 '총요소생산성' 측면에서의 성장률 제고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라고 했다. 그는 "AI 등 기술 투자의 주체는 기업이지 않나"라며 "그런데 국회를 중심으로 노란봉투법과 상법개정안 등을 추진하며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정책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했다.

AI 도입 이후 노동시장 변화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석 교수는 "기업이 AI 자동화 시설 투자를 늘리는 데에는 노동 비용 경감을 기대하는 측면도 있다"라면서 "하지만 정부 전략에는 AI 도입 후 벌어질 노동 시장 변화에 대한 고민이 담기지 않았다"라고 했다.

정부가 미래 먹거리로 삼은 프로젝트가 너무 방대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 지원이 '쪼개기'식으로 투입돼, 정작 '1등 산업'을 육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모든 AI 영역을 장악하겠다는 것보다는 부품이나 소재, 애플리케이션 등 특정 분야를 꼽아 재정을 집중적으로 집행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1970년대에 키운 자동차, 조선, 철강이 아직도 우리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면서 "재정을 나열식으로 써 새로운 산업을 집중 육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