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 관세 조치에 취약한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민간 출연을 활용한 무역금융 지원 확대에 나선다. 그간 정부나 은행만 출연해 왔던 무역보험기금에 현대차·기아가 최초로 자금을 댄 것을 시작으로, 반도체·조선·철강 등 다른 업종까지 지원 범위를 넓힐 방침이다.
다만 미국으로부터 50% 관세가 부과된 철강 업계의 경우 포스코 등 대기업조차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민간 출연을 통한 협력 중소기업 지원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날 무역보험공사는 현대차·기아, 하나은행과 '수출 금융 지원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 내용은 자동차 협력사를 위한 특별 저리 금융 대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프로그램은 현대차·기아(100억원)와 하나은행(300억원)이 무역보험기금에 출연하는 400억원의 재원을 바탕으로 한다. 이 중 85억원은 지원 대상 기업들의 보증료를 일부 지원하는 데 사용된다. 나머지 315억원 출연금의 20배인 6300억원 규모의 우대금융을 자동차 협력사에 지원한다.
이를 통해 현대차·기아 협력사들은 통상 적용받는 금리보다 최대 2%포인트(p) 낮은 우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무보는 보증 한도 상향, 보증 기간 확대(1→3년), 보증료율 인하(1%→0.65%) 등 우대 혜택도 별도로 제공한다.
무역보험기금에 제조기업이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올해 2월 '무역보험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해, 기금에 출연할 수 있는 기관에 '지자체'와 '기업'을 추가한 바 있다. 지자체나 기업이 지역별, 산업별 수요에 특화된 무역보험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협약식에 참석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오늘 협약식은 기초 체력이 약해진 중소·중견 협력사에 수출금융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을 제공하는 뜻깊은 자리"라면서 "이번에 구축한 민관협력 금융지원 프레임이 중소·중견 수출기업들을 든든히 뒷받침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처럼 민간 출연을 통한 무역금융 지원을 다른 업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관세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우려되는 반도체 등 주요 수출 산업이 지원 대상으로 검토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결국 기업들의 출연으로 (금융 지원이) 이뤄지는 만큼,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적으로 말할 순 없다"면서도 "반도체, 조선 등으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50% 품목 관세를 부과받은 철강업계 지원을 확대하는 데는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포스코, 현대제철 등 대기업도 위기를 겪고 있는 만큼 '출연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이라면서 "철강 업계에 대한 지원에도 노력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은 이날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부과하는 50% 품목관세 적용 범위를 냉장·냉동고, 자동차 부품 등 407종의 파생상품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한국무역협회는 이번에 추가된 관세 대상 품목에 대한 미국의 대(對)한국 수입액이 지난해 기준으로 약 118억9000만달러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산업부는 "우리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운영 중인 중소·중견 기업 수입 규제 대응 지원사업을 대폭 확대하겠다"면서 "철강·알루미늄 함량 확인과 원산지 증명 등으로 컨설팅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기업의 분담금도 획기적으로 낮출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