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산업 관할을 두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 간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조직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조선업 담당 부처를 산업부에서 해수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해수부에서 관장해야 선박 전 과정에서의 이슈를 포괄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인 반면, 산업부는 "전후방 산업과 연계해 통상전략을 짜고 기술개발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다. 특히 최근 한미 관세 협상에서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MASGA)'가 핵심 의제로 부상한 점도 논쟁의 변수가 됐다.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제작한 '마스가(MASGA)' 문구가 쓰인 빨간 모자를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뉴스1

11일 정부에 따르면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최근 산업부 내부망인 '너도나도'에 올린 글에서 "이번 협상은 '산업' '통상' '자원'이라는 세 단어를 모두 아우르는 우리 부의 정체성과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느 한 부문에 국한되지 않고, 산업정책의 기반 위에 통상 전략이 세워지고, 에너지·자원의 안보까지 함께 고려된 종합적인 대응이 있었기에 지금의 성과도 가능했다"고 했다.

이는 오는 13일 국정기획위원회의 정부 조직개편안 발표를 앞두고, 현 산업부 체제의 정당성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에너지 부문을 떼어내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외에도, 조선해양플랜트과를 해수부로 넘겨야 한다는 전재수 해수부 장관의 주장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7월 2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친 뒤 기자실을 방문하여 출입기자단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뉴스1

◇ 해수부 "조선산업 현장에 가까운 건 우리… 현 체제 비효율적"

전 장관은 지난달 24일 취임 직후 취재진에 "해수부의 기능 강화, 역할 강화 측면에서 산업부의 조선해양플랜트과 이전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조선산업을 해수부가 맡을 경우) 1000배, 1만배 실적을 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는 해수부가 선박 건조를 포함한 조선산업의 전 주기를 실질적으로 담당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조선산업 '현장'과 가까이에 있어, 정책 효율성이 더 높다는 주장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선박은 건조로 끝나는 게 아니라 검사, 운항, 재활용까지 전 과정이 이어지는 산업"이라며 "선박 건조만 산업부가 맡고 있고, 나머지는 모두 해수부가 맡고 있어 지금이 비효율적인 구조"라고 말했다.

선박 관련 국제 대응과 기술 기준 정비 역시 해수부가 전담하고 있다는 점, 인력 측면에서 조선 관련 전문성이 높다는 점 등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해수부에는 항해 등 전공자 중심의 '선박직' 인력이 다수 포진돼 있고, 국제해사기구(IMO) 대응·선박 검사·안전관리·연구개발(R&D)·선박 금융 등 관련 정책 기능도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친환경·자율운항 등 미래 선박 흐름에 따라 국제 기준이 바뀌면, 이를 반영한 국내 법령 정비와 기업 안내까지 모두 해수부가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1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미 관세협상 결과 및 향후 계획에 대해 보고하고 있다. /뉴스1

◇ 관세 협력카드 된 '조선'… 산업부 "통상 성과, 현행 체제라 가능"

전 장관이 취임 전후로 이관 필요성을 강조했을 때만 해도 산업부 내에선 현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의원 출신인 전 장관의 추진 동력이 관료·기업 출신의 김 장관보다 더 강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관세 협상에서 제시한 조선협력 프로젝트가 미국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조선업이 통상 협상의 주요 의제로 올라선 만큼 산업부 소관임을 재확인했다는 것이다. 김 장관은 지난 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마스가 관련 의견을 제시한 과장에게 표창을 줄 예정"이라며 공로를 인정하기도 했다.

또한 산업부는 조선이 철강, 기계, 에너지 등 전후방 산업과 긴밀히 맞물린 제조업 기반 산업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위기대응, 기술개발, 타업종 연계 등 적극적인 조선산업 정책을 펼칠 수 있던 것도 현행 체제 덕분"이라고 말했다.

조선산업이 쇠퇴한 일본의 사례를 들기도 한다. 일본에서 조선산업이 국토교통성 소관으로 분리돼 다른 제조업과 시너지를 내지 못한 점이 2000년대까지 세계 1위였던 경쟁력을 잃게 된 원인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중국(공업정보화부), 핀란드(고용경제부), 독일(경제기후부) 등 주요 조선 강국들도 제조업 주무부처가 조선산업을 총괄하고 있다.

◇ 정부 안팎 "통상 대응이 더 시급"… 일각선 '별도 컨트롤타워' 필요성도

정부 안팎으로는 상대적으로 산업부의 논리가 더 설득력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에 더 집중해야 할 때라는 이유에서다.

정부 관계자는 "해수부의 입장도 어느 정도 타당성은 있지만, 앞으로도 미국과의 협상을 잘 유지하려면 통상 부문과 붙어 있는 현 체제가 더 적합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관할 주무부처를 조정하기보다는 현행 체제에서 정부 부처 간 벽을 넘는 조선업 관련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에서도 해양안보보좌관을 둔다는데, 우리나라도 대통령실 하에 두 부처에 대한 컨트롤타워를 만든다면 세밀하게 정책을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