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가격에 엔화를 빌려 값비싼 달러 등 통화를 매수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상당부분 청산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위안화 약세를 노렸던 ‘위안 캐리’ 트레이드도 청산될 조짐이 보인다는 주장이 나온다.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를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투자자들이 나타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위안화의 거래량이 엔화만큼 풍부하지 않아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전망이다.

◇ 强위안 지속… 달러·위안 환율, 작년 6월 이후 최저치

13일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달러·위안 환율은 7.1176위안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작년 6월 2일(7.0827위안)이후 최저치였던 지난 6일 환율(7.0876위안)보다는 소폭 올랐지만, 한 달 전(8월 12일, 7.1744위안)보다 0.0568위안 내렸다.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아시아 통화 가치가 급등했던 지난달 5일(7.1300위안)보다도 0.03위안가량 낮다.

그래픽=손민균

달러·위안 환율은 지난 7월 중순 7.2725위안까지 오르면서 작년 11월 13일(7.2884위안) 이후 처음으로 7.27위안을 넘긴 바 있다. 미국 경제가 견고한 모습을 보이면서 강(强)달러가 거세진 영향이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환율이 하락세(위안화 강세)를 보였다.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서 일각에서는 위안화 약세를 노렸던 ‘위안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위안 캐리 트레이드는 중국 위안화를 빌려 달러 등 고수익 자산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주로 중국의 수출업자들이 대금을 달러로 받아 달러화 자산에 투자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위안화가 강세가 되면 달러를 팔아 차익을 실현할 가능성이 커진다.

쿤 고 호주뉴질랜드(ANZ)은행 아시아 리서치팀장은 지난달 CNBC방송에 출연해 “중국은 지속적인 대규모 무역흑자를 냈는데도 통화가 (비교적)약세”라면서 “외화가 환전되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는 얘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다음 타자는 위안화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호주 투자은행(IB) 맥쿼리 등에 따르면 중국 수출업체와 다국적기업은 2022년 이후 5000억달러 이상의 달러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로 환산하면 671조1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블랙먼데이’ 재연 없을듯… 전문가들 “위안화 환금성 낮아”

그러나 전문가들은 위안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돼도 지난달 5일 글로벌 증시에 ‘블랙먼데이’를 불러왔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사태만큼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한다. 금리를 올린 일본처럼 중국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작은 데다, 위안화는 엔화만큼 거래량이나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아 환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중국 인민은행./바이두 캡처

중국 당국도 다양한 조치를 통해 위안화 강세를 조절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인민은행은 8월 중순 들어 금 수입 할당량을 늘렸다. 중국 인민은행은 상업은행에 금 수입 할당량을 두는 방식으로 중국으로 들어오는 금의 양을 통제하고 있는데, 수입 제한이 완화되면 은행들이 달러로 금을 매수하는 과정에 역내 달러가 줄어들고 위안화 강세가 누그러지는 효과가 있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은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고객의 외환 환산 비율(수출업체가 수입액 중 위안화로 환산한 비율) 조사에 나서면서 시중에 풀린 위안화 양을 보다 직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를 두고 중국인민은행이 위안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급격한 청산이 자국 경제에 미칠 충격을 염려해 이런 조치를 취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단기 내 위안화 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은 작다”면서 “미·중 금리차가 축소되고 있지만 중국 장기금리 절대치가 높고,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금리·지준율 추가 인하가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또 다른 이유로 일본과 달리 중국 정부가 자본을 통제하면서 위안화 절상·절하폭이 조정하고 있어 급격한 위안화 강세가 나타나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국제금융시장분석실장은 “글로벌 캐리트레이드의 급격한 판도 변화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조달·운용 통화, 투자 수단, 지역 등의 변화가 일정수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