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한 축인 ‘내수’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액지수는 9개 분기 연속 감소해 ‘역대 최장’ 감소세를 기록했고,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 등 내수와 연관된 서비스업 생산도 5개 분기째 감소 중이다.

1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분기 소매판매액지수(불변)는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2.9% 감소했다. 이런 감소 폭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4.5%) 이후 15년 만의 최대다.

기간으로도 가장 긴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 2분기 0.2% 감소한 이래 9개 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이다.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긴 감소 흐름이다.

지난 6월 30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 상품들이 진열되어 있다. /연합뉴스

소매판매액지수는 개인·소비용 상품을 판매하는 2700개 기업의 판매액을 조사한 결과다. 이중 불변지수는 물가 상승의 영향을 제거한 값으로, 경제 주체들의 실질적인 재화 소비 수준으로 볼 수 있다.

항목별로 보면 내구재·비내구재에서 모두 감소세가 나타났다. 2분기 기준으로는 승용차(-13.2%), 의복(-4.4%), 오락·취미·경기 용품(-7.3%), 음식료품(-3.2%) 등에서 감소 폭이 컸다.

소비를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지표인 서비스업 생산지수(불변)는 2분기 1.6% 증가했다. 하지만 내수와 연관성이 큰 도매 및 소매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2.1% 감소해 부진했다. 2023년 2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은 것이다. 숙박 및 음식점업 생산도 1.8% 감소해 5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33개 도소매 업종의 재고·판매액 비율을 나타내는 도소매업 재고율 역시 2022년 2분기를 시작으로 9개 분기 연속 늘어나고 있다. 재고율 수치는 올해 1분기 109.8을 기록, 2020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내수의 또 다른 축인 투자에서도 불안한 지표가 나타났다. 2분기 설비투자지수(계절조정)는 1년 전보다 0.8%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10.5%)와 4분기(-4.5%) 연이어 감소했던 설비투자지수는 올해 1분기 0.6% 소폭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2분기에 다시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이다. 2분기 건설기성(불변) 역시 1년 전보다 2.4% 감소했다. 건설기성이 감소한 것은 2022년 1분기 이후 9개 분기만이다.

지난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연합뉴스

내수 부진이 발목을 잡으면서 올해 2분기 한국 경제는 역성장했다.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를 기록했다. 2023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다섯 분기 연속 이어진 플러스(+) 성장 기조가 깨진 것이다. 수출(0.9%)·수입(1.2%)·정부소비(0.7%)는 증가했지만, 역시나 민간소비(-0.2%)·설비투자(-2.1%)·건설투자(-1.1%)가 감소했다.

최근 티몬·위메프 미정산 사태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미국 경기 침체 우려 확대 등 요소는 향후 우리 내수에 부정적 영향을 더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