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폭염에 가축전염병이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정부가 신종 가축전염병 차단에 나섰다. 작년에 발생한 럼피스킨병과 같은 신종병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는 대비 태세에 돌입했다.

3일 정부 관계부처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신종 가축전염병 위험도를 분석하고 방역 대책을 연구하는 작업에 나섰다. 특히 블루텅병, 가성우역, 아프리카마역 등 인접 국가에서 발생한 질병에 대해 국내 유입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 중이다.

경기도 소재의 한우농가에서 기르고 있는 한우의 모습. 기사 내용과는 무관함. /뉴스1

게다가 지난 2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경상북도 안동시 소재 돼지농장에서 확진되면서 방역망에 구멍이 뚫렸다. 이는 올해 5번째 아프리카돼지열병 농장 발생이자 지난 6월 경북 영천에서 발생한 이후 17일 만의 추가 발생이다.

권재한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은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지난주부터 전국에 장마가 시작됐고 집중호우 시 토사, 빗물 등을 통해 농장 내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유입될 우려가 있다”며 “산, 하천 인접 농가 등의 방역 실태를 점검·관리하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 외에도 각종 질병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4년 만에 국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하고, 미국에서 5년 만에 광우병이 터지자, 해외에서 들여오는 축산물에 대한 예찰을 강화했다. 예찰이란 병해충의 발생이나 증가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5월쯤 정부는 럼피스킨병을 비롯한 우폐역, 가성우역 등이 국내에 침투하지 않도록 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럼피스킨병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하면서 방역망이 뚫렸다. 럼피스킨병이 전국으로 퍼지자, 방역 당국은 황급히 백신 접종에 나섰다. 농장 간 소의 이동을 금지하고, 매개곤충을 집중적으로 방제하는 등 신속한 조치로 한 달 만에 진화됐다.

정부는 올해 신종 전염병을 막기 위해 예년보다 더 모니터링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럼피스킨병이 퍼질 당시 농가에서는 소의 피부에 물혹이 생기는 증상을 보고 일반적인 증상이라고 보고 방역 당국에 신고를 늦추면서 병 확산세가 걷잡기 어려울 정도로 퍼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권재한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이 지난 2일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정부가 예의주시하는 신종 전염병으로는 블루텅병이 있다. 블루텅병에 걸린 소는 혀와 입 주변에 염증이 생기고, 혀가 파랗게 변할 수 있다. 전염성이 강하고, 피부 곳곳에 염증과 부종이 나타나는 것도 블루텅병의 특징이다. 블루텅병은 2017년, 2019년, 2020년 일본에서 발생했다.

가축 질병인 가성우역은 급성 전염병 바이러스 질병으로 염소·양 등에서 고열, 안면 등 점막조직 출혈과 설사 등을 수반하는 질병이다.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가성우역은 2015년 이후 중국 신장·청해 등 북서부까지 번졌다.

말이 걸리는 아프리카마역도 정부의 경계 대상에 포함됐다. 아프리카마역은 2020년 태국과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질병이다. 아프리카마역에 걸린 말은 심한 발열과 호흡곤란을 겪는 게 특징이다. 유형 별로 다르지만, 치사율이 90%에 달한다고 한다.

농식품부는 각 병에 대한 유입 가능성과 위험도를 분석해 예찰, 백신, 진단 체계 등을 포함한 방역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럼피스킨병이 발생했을 때도 방역 당국은 비축해 둔 54만두분의 백신을 활용해 발생 지역 인근 농장부터 접종을 시작한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신종 감염병에 대한 백신이나 진단 체계를 사전에 마련해 신종 전염병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대처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신종 감염병이 생겼을 때 즉시 방역 당국에 신고할 수 있도록 블루텅병, 가성우역, 아프리카마역 등의 증상에 걸린 가축 사진 등을 농가에 배포할 예정”이라며 “질병별 백신 비축이나 모니터링 방안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