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폐업하는 소상공인에게 최대 400만원의 점포 철거비를 지원한다. 폐업한 소상공인이 재취업하기 위해 교육을 받을 경우 6개월간 최대 110만원의 훈련 참여 수당을 지급한다. 정부는 소상공인의 취업과 재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새출발 희망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자영업자·소상공인 전용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 규모는 기존 30조원에서 40조원 이상으로 늘린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환경 속에서 원금은커녕 이자 갚기도 버거운 자영업자들이 갈수록 늘어나자 내린 조치다.

정부는 소상공인이 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마일스톤 방식’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유망한 소상공인의 제품이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쇼핑몰 입점 컨설팅과 제품 현지화를 지원한다.

지난달 3일 서울의 한 전통시장 생선가게 앞에 폐업 관련 안내가 쓰여있다. /연합뉴스

◇ 폐업하고 재취업 준비 땐 생활비도 지원

정부는 3일 관계부처 장관 합동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고, 성장을 촉진하면서도 어려움을 겪을 경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재기 지원 방안을 내놨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자영업자들은 점점 더 한계상황에 몰리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사업자 폐업률은 9.5%로 전년 대비 0.8%포인트(p) 높아졌다. 폐업자 수는 91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11만1000명 늘었다.

그래픽=손민균

이에 정부는 자영업자가 폐업으로 점포를 철거할 경우 최대 4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250만원을 지원했는데 60% 인상했다. 정부는 자영업자 커뮤니티 등에서 점포 철거와 원상 복구에 평균 500만원 수준이 투입돼 현재 정부 지원 기준인 250만원으로는 부족하다는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소상공인 폐업 시 사업정리 컨설팅, 점포철거비 지원, 법률 자문, 채무조정을 원스톱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소상공인의 재취업을 돕는 ‘새출발 희망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기존에 중소벤처기업부가 운영하던 희망리턴패키지의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취업 마인드셋 중심 프로그램으로 확대·개편한다. 폐업 초기 단계부터 재취업 희망 소상공인 정보를 연결해 신속하게 지원하는 게 중점 과제다.

정부는 내년 초부터 폐업한 소상공인이 정부의 취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최대 6개월간 약 50만~110만원 수준의 훈련 참여 수당을 지급한다. 취업에 성공할 경우 최대 190만원을 준다. 고용 촉진 장려금 지원 대상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이수한 폐업 소상공인을 고용한 사업주에게는 고용촉진장려금을 지급한다. 이 경우 1명당 1년간 월 30만~6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래픽=손민균

◇ 채무조정 등 ‘재기 지원’ 나선 정부

정부는 고금리에 빚 수렁에 빠진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새출발기금을 40조원 이상 규모로 키운다. 기존에는 새출발 기금을 30조원 정도 규모로 책정했는데, 최근 새출발기금 신청자가 급증하자 내린 조치다. 채무 조정 대상 기간은 올해 상반기까지 확대한다. 신청 기간도 2025년 10월에서 2026년 12월까지로 1년 이상 늘렸다.

소상공인이 폐업할 경우, 정책 자금을 일시 상환하지 않고 분납이 가능하다. 정부는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이 폐업하는 경우, 사업자 보증을 개인보증으로 전환하는 ‘브릿지 보증’을 전국으로 확대한다.

정부는 폐업으로 인해 사업자 대출을 가계대출로 대환하면서 채무조정을 할 경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명확히 한다. 현재도 은행업감독규정상 가계대출에 대해 채무조정을 할 경우 DSR 적용 제외가 가능하지만, 은행권 등 일선 현장에서 혼선 없이 적용될 수 있도록 안내할 계획이다.

지난달 27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화장품을 테스트하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 스마트·디지털화와 ‘스케일 업’ 힘 보태는 정부

소상공인이 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을 연계한 ‘마일스톤 방식’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한다. 정부는 소상공인 졸업 후보 기업을 대상으로 전용 자금 최대 2억원을 공급한다. 소기업으로 성장할 경우 추가 자금을 최대 5억원 제공한다. 소상공인 졸업 후보 기업은 매출액이 매출 상한의 30% 이상이면서, 상시 근로자 수가 소상공인 상시 근로자 수 상한(업종별 5~10명)보다 1~2명 적은 기업을 뜻한다.

정부는 소상공인 미래 성과 연동 특례보증 신설을 검토한다. 소상공인 졸업 후보 기업을 대상으로 성과 목표를 바탕으로 약정을 체결하고 1차 보증을 선 뒤 소기업에 진입할 경우 2~3차 추가 보증을 서는 방식이다.

벤처캐피털(VC) 등 투자자가 기업가형 소상공인에게 선(先) 투자하는 경우 최대 3배(2억원 한도)까지 사업화 자금을 지원한다. 소기업 요건을 충족했지만, 획일적 유예제도로 여전히 소상공인에 머물러있는 기업에는 ‘유예 선택권’을 부여한다. 이때 정부는 소기업으로 조기 진입할 경우 소기업 사업 우대 혜택 등을 지원한다.

또 정부는 향토기업의 요건을 완화해 성장하는 소상공인을 편입하고, 자금과 판로 확대 등을 지원한다. 향토기업이란 사업장 중 하나를 특정 시도에 20년 이상 둔 상시근로자 20명 이상의 기업을 말한다. 기존에는 향토기업의 근로자가 20명 이상이어야 했지만, 앞으로는 10명 이상이면 향토기업으로 지정될 수 있다.

유망 소상공인의 해외 쇼핑몰 입점을 돕기 위한 정책도 나왔다. 정부는 국내 매출 상위 소상공인이나 정부 지원사업 참여 업체, 해외시장 타깃 업체 등 1100곳을 상대로 번역 등 제품 현지화를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는 소상공인 수출 유망 소비재를 선정해 해외 바이어 상담 기회를 늘린다. 유망 소비재로는 밀키트 등 식품이나 화장품, 의류, 패션잡화, 문구 및 완구가 포함될 전망이다. 수출 계약을 체결하는 전 과정을 밀착 지원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