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체 공휴일에 이어 ‘요일제 공휴일’을 도입할 방침이다. 매년 공휴일 수에 편차가 생기고, 징검다리 휴일이 발생하면서 휴식에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부는 급여 지급 주기를 기존의 월급제에서 주급이나 월 2회 지급 등 다양화하는 방안도 모색한다. 직장인의 자금 유동성을 원활하게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또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 도입이나 활용률을 높이고, 장시간 근로하는 문화를 개선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충분한 휴식 통한 ‘재충전 기회’ 보장

정부는 3일 관계부처 장관 합동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 역동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날 일·생활 균형 정책의 일환으로 요일제 공휴일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날짜 중심의 공휴일 제도로 인해 근로자가 비효율적으로 쉰다고 본 것이다. 공휴일이 목요일인 경우 ‘징검다리 연휴’가 돼 금요일에 개인 휴가를 따로 내야만 연속적으로 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공휴일 수가 15일이다. 그러나 1월 1일, 현충일 등은 대체공휴일을 적용하지 않아 연도별 공휴일 수에 편차가 발생한다. 반면 일본이나 미국, 호주, 영국, 중국 등은 날짜 지정 공휴일들을 대체 공휴일로 적용하고 있다. 공휴일의 대부분을 요일로 지정해 둔 점도 특징이다.

일본은 성인의날, 경로의날 등 공휴일을 월요일로 지정해 연휴를 확대했다. 미국은 ‘월요일 공휴일 법’, 중국은 ‘황금연휴제도’ 등을 운영 중이다. 이를 벤치마킹해, 국내에선 신정이나 현충일에도 대체 공휴일을 적용하거나, 해당 월의 첫 월요일이나 금요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정서희

◇ ‘더 일하는 한국인’ 장시간 근로 관행 깨지나

정부는 직장인의 자금 유동성을 위해 급여 지급 주기를 기존의 월 1회에서 주 1회, 2주 1회, 월 2회 등으로 다양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 러시아, 멕시코 등에서는 월 2회 또는 2주에 1회 급여를 지급하는 시스템이 활성화된 상태다.

정부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획일적·경직적 근무제도로 인해 경제력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33위 수준이다. OECD 33개국 임금근로자의 연간 평균 실근로시간을 따지면 한국(1904시간)은 6위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OECD 평균 실근로시간인 1719시간보다도 185시간 더 일하는 셈이다.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 도입과 활용도 저조한 상황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유연근무제도 도입률은 25.1%로 미도입이 74.9%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 유럽연합(EU) 등 해외 주요국은 근무 시간 내 휴게 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다. 한국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 시간이 4시간 이상이면 30분 이상, 근로 시간이면 1시간 이상 휴게시간을 줘야 한다.

김재훈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4시간을 근무하는 근로자의 경우 근무를 마친 뒤에도 퇴근하지 못하고 30분 동안 기다렸다 퇴근하는 등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탄력적으로 (근무 시간 내 휴게 시간을)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 선진국 수준으로 ‘시장 진입 규제’ 합리화한다

정부는 시장 진입을 가로막는 규제를 제거할 방침이다. 그간 정부의 규제 혁신 노력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등 신규사업자가 체감하는 규제 강도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올해 스타트업이 규제 애로를 경험한 비율은 64.3%에 달한다. 스타트업 활성화를 위해 개선이 시급한 규제 분야 1위로는 ‘진입 규제’(49.7%)가 꼽혔다.

이에 정부는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진입 규제 합리화를 추진한다. 정부는 2027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선진적 경쟁 제도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점도 민생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담합 등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 접수 건수는 2021년 459건, 2022년 498건, 2023년 584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정부는 하반기 중 불공정 거래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법 제도를 개선하고 지원 체계를 확충할 계획이다. 공정거래 분야 분쟁 조정법을 제정하거나 국민 생활 밀접 분야의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범위 확대 등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 부당한 방식으로 가격을 인상하거나 부당광고로 가격·품질 등을 기만하는 소비자 권익 침해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이 제품 가격을 그대로 두면서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내년까지 소비자 정보 제공을 지속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사랑의 온도탑이 60.5도를 가리키고 있다. /뉴스1

◇ 기부금 단체 신뢰성 높여 ‘고액 기부’ 활성화 추진

정부는 기부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방안들을 내놨다. 경제 발전 수준에 비해 사회 자본이 취약해 대인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행정연구원에 따르면 대인 신뢰도는 2014년 73.7%에서 2016년 66%, 2022년 54.6%로 하락하는 추세다. 정부는 기부 문화가 조성되면 사회 구성원 간 신뢰와 통합을 바탕으로 갈등 비용을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부금 규모를 2022년 0.7% 수준에서 2035년 1%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고액 기부 활성화에 초점을 맞췄다. 종합소득 상위 10% 소득층 기부 금액(2조3100억원)은 전체 종합소득자 기부 금액(3조7900억원)의 60.9%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부금 단체의 신뢰성을 제고할 계획이다. 기부금 단체가 기부금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고, 수혜자의 삶에 어떤 의미를 남겼는지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들여다볼 전망이다.

이외에도 기부 관련 제도인 공익신탁법은 공익신탁 운영 방식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어 기부 수요에 비해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2015년 공익신탁법이 제정된 이후 총 36건 인가됐고, 2021년 이후 인가 건수는 연평균 1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고향사랑 기부금 세액공제 한도 상향도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