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을 종전 전망치보다 0.4%포인트(p) 높은 2.6%로 상향조정했다. 한국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국내외 싱크탱크가 제시한 전망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수출이 생각보다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성장 전망치를 상향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는 내수를 꼽았다. 내수가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부 관측이다. 정부는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을 고(高)금리 여파로 소비심리가 악화됐던 작년과 같은 수준으로 제시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는 건설투자도 2년 연속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나마 물가 상승률이 작년보다 둔화하면서 하반기 소비가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올해 GDP 2.6% 성장 예상… 작년 성장률 두 배 수준

정부는 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4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지난해 성장률 1.4%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올해 초 제시했던 성장률 전망치 2.2%보다도 높다.

국내외 싱크탱크들의 전망치와 비교해도 정부 전망은 낙관적인 편이다. 한은은 정부가 제시한 성장률보다 낮은 2.5%로 전망했으며, IMF는 2.3%를 예상하고 있다. 주요기관 중에서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만 정부와 전망치가 같다.

그래픽=정서희

정부가 경제 성장률을 높인 것은 가파른 수출 회복세 때문이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상반기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6월 수출액은 전년 대비 9.1% 증가한 3348억달러였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6.5% 감소한 3117억달러를 기록했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수출이 메모리 가격 상승에 힘입어 1년 전보다 52.2% 증가한 657억달러를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2022년 상반기(690억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이다. 반면 수입액은 원유·가스 등 에너지 수입이 10% 줄어들면서 전년 대비 감소했다.

정부는 양호한 수출 회복세를 토대로 올해 수출 증가율 전망치를 8.5%에서 9.0%로 높였다. 동시에 수입 증가율은 4.0%에서 2.0%로 낮췄다. 세계경제의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지고, 인공지능(AI) 수요 확대로 반도체 경기가 호전되면서 하반기 수출도 개선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수출 전망이 상향 조정되면서 경상수지 전망도 500억달러 흑자에서 630억달러 흑자로 높아졌다. 상품수지(수출-수입)는 550억달러 흑자에서 720억달러 흑자로, 서비스·본원·이전소득수지는 50억달러 적자에서 90억달러 적자로 조정됐다. 정부는 “수출 회복 등으로 상품수지는 흑자 폭이 확대될 것”이라면서 “해외여행 증가 등으로 서비스·소득수지는 적자가 예상된다”고 했다.

◇ 내수부진 지속… 소비자물가 둔화로 하반기부턴 반등

문제는 좀처럼 회복하지 않는 내수다. 정부는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을 종전 전망치와 같은 1.8%로 예상했다.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악화됐던 작년 연간 성장률과 같은 수준이다. 2022년(4.1%)과 비교하면 절반도 채 안 된다. 내수의 또 다른 한 축인 설비투자 성장률은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종전 전망치보다 1%p 축소된 2.0%로 전망됐다.

건설투자는 올해도 내림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올해 초 제시한 1.2% 감소 전망을 유지했다. 정부는 그 근거로 올해 1분기 건축 착공면적이 1년 전보다 9.6% 줄어든 점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정부는 “건설투자는 신규 공사 위축, 부동산 PF 위험 등으로 어려운 여건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했다.

그래픽=정서희

그나마 물가가 둔화 흐름을 이어가면서 가계의 실질소득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희소식이다.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종전 전망과 같은 2.6%로 예상했다. 상반기에 농산물·석유류 물가가 급등하면서 상방 압력이 다소 확대됐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공급측 요인이 완화되면서 물가 상승률이 2% 초·중반대까지 둔화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고용도 경기 회복 흐름을 따라 개선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고용률 전망치는 62.8%로, 전년 대비 0.2%p 높다. 월별 고용률은 꾸준히 올라 1월 61%에서 5월 63.5%로 증가했다. 다만 취업자 수는 2022년·2023년에 각각 81만6000명, 32만7000명 증가한 기저효과로 올해는 23만명 증가에 그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내수는 물가 등 제약 요인이 완화되겠지만 부문별 회복 속도는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가계 이자 부담이 높은 수준이나,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둔화·기업 실적 개선에 따른 가계 실질소득 증가 등으로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이 완화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