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투입된 긴급 가격 안정자금이 최근 1500억원 이상 집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물가가 안정화하는 흐름을 보이는 만큼 자금을 더 투입하기보단, 현재 25개인 기존 납품단가 지원 품목을 축소하는 등 이른바 물가 대응 ‘연착륙’에 돌입할 방침이다.

28일 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1500억원 규모로 마련된 긴급가격안정자금의 집행률이 최근 100%를 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4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사과를 고르고 있다. /뉴스1

한 정부 관계자는 “농산물가격안정기금(농안기금)과 기존 예산을 활용해서 긴급 물가 안정에 투입해 왔다”며 “현재 1500억원을 기준으로 보면 자금을 초과 집행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앞서 2%대로 진정하는 모습을 보였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지난 2·3월 돌연 3%대로 튀어 오르며 정부에는 비상이 걸렸다. 사과·배 등 과일 가격이 폭등한 게 물가 급등의 원인이 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월 농축산물 긴급 안정자금 1500억원을 투입했다.

4월에도 물가 상승세는 잡히지 않았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장바구니 물가가 안정되고 이를 국민이 체감할 때까지 긴급 농축산물 가격 안정 자금을 무제한·무기한 투입하라”고 지시했다. 해당 자금은 납품단가, 할인판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과일 직수입, 축산물 자조금 지원 등에 쓰였다.

이 중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된 영역이 납품단가 지원이다. 농가 등 생산자에게 직접 지원금을 보조해, 과일·채소 등을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급등하지 않도록 해 소비자 가격을 안정시키는 방식이다. 정부가 현재 지원 중인 납품단가 지원 품목은 사과·토마토·청양고추·딸기·파프리카·오이·애호박·대파·고춧가루·배추·시금치·배·키위·깻잎·적상추·깐마늘·단감·양배추·감귤·참외·당근·양파·방울토마토 등 25종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서울 서대문구 영천시장을 찾아 야채가게에서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물가 상승률은 4월(2.9%)·5월(2.7%)을 지나며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농축산물 물가 상승률은 1년 전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전월과 비교하면 4월(2.5% 감소)·5월(1.5% 감소) 진정되는 양상이다.

이에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한 무제한·무기한 자금 투입을 멈출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가격이 안정된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서서히 납품단가 지원을 축소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사과나 배처럼 가격이 여전히 높은 품목은 지원을 이어가고, 전년 대비 가격이 떨어진 품목은 추려서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용할 방침”이라고 했다.

대표적으로 양배추나 토마토 같은 채소가 가격이 안정된 품목으로 꼽힌다.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양배추는 8㎏에 평균 7332원에 판매됐다. 1개월 전(2만600원)은 물론 1년 전(1만2308원)보다도 싸졌다. 같은 날 토마토는 5㎏에 평균 1만2080원에 팔렸는데, 한달 전(2만595원)과 1년 전(1만4476원)에 비해 값이 내렸다.

정부는 추후 기상 여건 악화 등 물가 불확실성을 키우는 이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농안기금 가용 재원의 추가 활용이나 예비비 투입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음 달 2일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2%대 중반을 기록해 3개월 연속 하향 안정화를 그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