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시 주문진항 어시장의 수족관 속의 오징어. /뉴스1

한반도 연근해 오징어 어획량이 계속 줄고 있다. 기후 변화로 수온이 예년보다 빨리 오르면서 오징어 어장이 북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6월 첫주 오징어 근해채낚기어업의 총 어획량은 62톤(t)으로 전년(73t) 대비 15.1% 감소했다. 오징어 어획량 감소는 올해 누적치로 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통계청 연근해어업 생산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살오징어 생산량은 1090톤(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생산량(2172t)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2022년도 1~4월 어획량이 3485t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년 1000t 이상 감소했다.

특히 오징어 핵심 어장인 동해안(강원·경북) 지역의 오징어 위탁판매량이 급감했다. 올해 1분기 강원·경북 지역 오징어류 위판량은 689t으로 5년 전인 2019년 위판량(9139t)의 1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수산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어획량이 급감하며 바닥을 친 줄 알았던 오징어 어획량이 올해 더 떨어졌다”면서 “살오징어의 경우 어획량이 반토막이 났다”고 말했다.

공급이 줄면서 가격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6월 2주차 노량진수산시장의 오징어 1kg 평균 경매 낙찰가격은 48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6% 올랐다.

수산업계에서는 오징어잡이가 활발한 6월 어획량에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한다. 이 시기 동해엔 한류와 난류가 만나 수온이 적정하고 먹이도 풍부해 오징어 어군이 몰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더위가 예상보다 빠르게 올라오면서 이러한 황금어장 형성 시기가 예년보다 짧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더 우세하다. KMI 관계자는 “살오징어 어군이 동해 남부해역을 중심으로 소규모 형성되겠지만, 본격적인 회유가 시작되는 시기까지 어황은 한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징어 어군이 북상하면서 강원·경북 지역에선 오징어잡이배의 감척이나 어선 형태 전환이 과제가 됐다. ‘근해채낚기어선’으로 불리는 오징어잡이배는 구조가 독특하다. 이 조업법은 낚시바늘을 여러개 단 낚싯줄을 수심 100m 깊이까지 내려 보냈다가 올렸다가를 반복하며 오징어를 잡는다. 특히 오징어의 불빛을 보고 달려드는 성격(주광성)을 이용하기 위해 집어등을 많이 장착한 게 특징이다. 다른 어획방식으로 전환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 일부 고령 어민들은 어선 전환 대신 폐선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기후변화로 어획 자원이 급격히 감소하여 불가피하게 어선을 감척했다면 감척 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폐업지원금을 상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회입법조사처도 지난달 30일 발간한 ‘국회입법정책 가이드북’에서 “기후변화가 어업생산량에 미친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어장 재조정, 어구・어업 기술개발, 감척 사업 등 연근해어업 구조혁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특히 감척 후 해당 어업인들에 대한 전업(轉業) 지원, 어업종사자에 대한 생활안정대책 강화, 폐업지원금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