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공급망안정화위원회에 참석하면서, 참석자와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경제 안보 강화를 위해 공급망 안정화 핵심 품목과 서비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한다. 5조원 규모의 공급망안정기금을 마련하고, 핵심광물과 주요 안보 품목의 공급 기반을 확대하는 데 활용한다. 핵심품목의 국내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공급망 분야 핵심 기업의 국내 복귀(리쇼어링) 지원도 확대한다.

정부는 27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1차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공급망 안정화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공급망 안정화 추진전략은 이날부터 시행된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약칭 공급망안정화법)에 따라 향후 3년간(2025∼2027년)의 ‘공급망 안정화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기본 틀이다.

정부는 우선 경제안보 확보를 위해 관리하는 대상 품목을 현행 200개에서 300여개로 확대한다. 제조업과 방산, 민생분야 품목을 경제안보품목에 대거 추가했다. 다만 추가한 품목 리스트는 공개하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제안보품목은 경제·산업 분야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며 “외국에 알려지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아, 대외비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망 안정에 필수적인 물류와 사이버보안 분야는 경제안보 서비스 분야로 새로 지정했다. 정부는 품목과 서비스의 지정기준을 체계화해 매년 전 품목을 재검토해 갱신할 방침이다.

품목과 서비스별 특성을 감안한 수급안정화 시책도 마련한다. 특히 특정국가 의존도가 높고, 국내생산 및 대체수입이 곤란한 품목 30여개는 1급으로 지정한다. 1급 관리 품목에 대해선 공급선 다양화 등 성과 목표를 설정해 수급 안정화를 꾀할 계획이다.

공급망기금 5조원을 확보해 8월부터 가동한다. 정부는 경제안보품목·서비스 안정에 기여하는 선도사업자를 지정하고, 우선지원대상으로 선정된 선도사업자에 대해선 우대금리 적용 등을 제공한다. 선도사업자는 3년에서 최대 5년간 혜택을 받는다. 정부는 이날부터 한 달간 선도사업자 선정 계획을 공고하고 오는 8월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금 내 적정 손실허용한도를 배정하고 면책제도도 마련해 해외광산과 같은 고위험사업에 대한 지원을 추진한다. 공급망 기금이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동해 심해가스전 시추 프로젝트에 투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필수 자원인 석유와 천연가스를 국내에서 생산하겠다는 취지 자체가 공급망 안정화와 부합하기 때문이다. 최지영 기재부 국제경제관리관은 “공급망안정화 추진전략을 구상할 때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을 미리 염두에 두진 않았다”면서도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접근을 해야 하는 이슈인만큼 검토를 하겠다”고 말했다.

핵심 산업 물자에 대한 비축도 확대한다. 특히 중국의 요소 수출 중단 등으로 공급망 위기를 겪은 차량용 요소에 대해선 현행 30일 분량에서 80일 분량으로 비축량을 늘린다.

핵심 품목의 국내 생산 지원도 확대한다. 요소의 국내 생산 방안을 검토하고, 흑연과 무수불산 등 핵심 품목의 국내생산을 위한 재정 지원을 검토한다. 요소와 흑연 등 필수 품목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기업에 대해선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공급망 분야 핵심 기업의 국내 복귀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경제안보품목 관련 기업이 국내에 투자할 경우, 공급망기금을 통해 파격적인 조건의 금융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또 유턴기업 전반에 대한 재정지원도 확대한다.

핵심 광물 확보 및 식량 안보를 위한 지원도 늘린다. 우선 외국자회사를 통한 해외자원 취득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지원 요건을 완화한다. 현행 세제는 내국인의 외국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단독 100% 출자’로 규정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해외 자원 개발에 참여할 경우 해당국가에선 정부나 자국 기업이 일정 지분을 갖고 참여하는 것을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다. 단독 100% 출자 조건으로 해외 자원 개발을 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 투자세액공제는 ‘그림의 떡’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지분율 조건을 완화해 기업들이 실제적으로 투자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세제를 개편할 방침이다.

공급망 핵심 기술에 대한 R&D 지원을 강화하고, 첨단·전략 분야 중 국제 표준 특허 로열티 이슈가 예상되는 분야에 대한 점검과 특허 창출 지원을 확대한다.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대외전략 수립 과정에서 민간 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하고, 다자간 공급망 협정인 IPEF(인도탱평양경제프레임워크) 필라2의 활용을 늘린다. IPEF 필라2는 공급망 위기 극복을 위한 정부간 공조 방안이 담긴 공급망 협정이다. IPEF 회원국들은 특정 분야 또는 품목에서 공급망 위기가 발생할 경우, ‘위기대응 네트워크’를 가동해 상호 공조하게 된다.

최상목 부총리는 “앞으로 공급망위원회는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라는 격랑을 헤쳐 나가는 항공모함의 조타수(操舵手)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며 “반도체․이차전지 등 핵심 산업 관련 품목에 대해 자립화와 다변화 계획을 세우고 정부 지원과 모니터링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