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투자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츠란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증권에 투자하고 수익을 나눠갖는 투자 방식이다.

이 총재는 14일 오후 한국금융학회 정기 학술대회·특별 정책 심포지엄에서 만찬사를 통해 “주택금융에서 리츠를 활용한 자기자본(Equity) 조달(Financing) 활성화 방안을 연구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한국은행 창립 제74주년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뉴스1

이 총재는 “최근 국민계정 기준년 개편으로 명목 GDP가 상향 조정됨에 따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다소 낮아졌으나,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은 여전히 주요국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기준 연도를 2015년에서 2020년으로 변경한 데 따라 100.4%에서 93.5%로 6.9%포인트(p) 낮아졌다. 그러나 하향 조정된 수치로 비교하더라도,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총재는 “이러한 상황에서 리츠를 활용해 주택구입 자금의 상당 부분을 대출(Debt)이 아닌 자본 방식으로 조달한다면 가계부채 비율의 하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상업용 부동산 위주로 이뤄졌던 리츠 투자를 주거용 부동산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했다.

이어 “리츠를 활용한 자기자본 조달은 자본시장에 새로운 투자 상품을 제공하고, 실수요자인 가계에 집중됐던 주택가격변동 리스크를 분산해 거시건전성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주거용 리츠의 최적 실행방식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그밖에도 ▲중앙은행 대출제도 개선방안 ▲녹색 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동화 증권인 그린 대출채권담보증권(CLO) 발행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Korea Overnight Financing Repo rate) 활성화 ▲디지털 전환 대응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모의 시스템 구축 등을 주요 연구 과제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