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중간예납제’가 세수 추계 오류의 한 원인으로 지목돼 정부가 관련 제도를 손볼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현대차(005380) 등 법인세 납부 금액이 큰 일부 대기업에 한해 중간예납 방식을 ‘가결산’으로 통일하면 변동성을 줄일 수 있지 않겠느냔 의견이 제시된다.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법인세 중간예납 제도 개선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세수 부족 원인의 절반가량이 기업의 ‘어닝 쇼크’(실적 부진)에 따른 법인세 타격 때문”이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중간예납 제도를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 참석하며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통상 기업들은 1년 치 영업이익에 대한 법인세를 두 번으로 나눠서 낸다. 전년도 사업 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그다음 해 3~5월 납부하는 것 외에도, 8~9월 상반기 소득에 대해 먼저 납부하는 ‘중간예납제’를 통해서다. 절반 치 세금을 먼저 내는 것이다. 기업이 한번에 큰 규모의 법인세를 내게 되면 자금 융통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정부 입장으로서도 재정 운영의 안정성이 떨어지기에 굳어진 방식이다.

법인세 중간예납을 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전년도 세액의 절반을 내거나, 상반기까지의 실적을 기반으로 ‘가결산’(자기 계산)을 해서 6개월 치를 세액 계산해 내는 방법이다. 기업 입장에선 둘 중 적은 금액을 내는 방향을 선택해 중간예납을 한다.

법인세 중간예납 방식 두 가지. 위는 '가결산'(자기계산) 방식이고, 아래는 지난해 법인세에 대해 절반치를 내는 '직전 사업연도 산출세액 기준' 방식이다. /기획재정부

문제는 지난해와 올해처럼 경기 변동이 큰 해에 정부의 중간예납에 따른 법인세 추산이 어렵다는 것이다. 세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기업들은 중간에 전년도 반만 내는 방식을 택하고, 반대로 안 좋아질 때는 가결산 방식을 택해 어찌 됐든 중간 결산 세금을 조금만 내려 할 것”이라며 “이것이 비단 8월 세입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듬해 3월 세입에도 영향을 미치는 구조”라고 했다. 이어 “결론적으로 둘 중 하나를 택하도록 하는 현행 중간예납제가 세수 구조를 왜곡하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법인세 예측이 흔들리면, 전체 세수 추계치도 실제 징수액과 큰 차이를 보일 수 있다. 법인세는 전체 세수의 5분의1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가 큰 세목이기 때문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세수입은 125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조4000억원 감소해, 벌써 연간 세수 결손 위기가 가시화했다. 전년 대비 13조원가량 감소한 법인세의 타격이 컸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 중간예납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자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선 어떤 상황에서 기업들이 가결산 치를 낼지 혹은 작년의 절반 치 낼지를 예측할 수 있도록 상관관계를 분석해 보려고 한다”며 “분석 결과 필요하다면 추계 방식에도 이런 상관관계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뉴스1

정부는 기업들의 중간예납 방식의 선택 문제 외에도, 중간예납 제도 자체를 개선할 필요성이 없는지도 검토한다. 일각에서는 전체 법인세 규모를 좌우하는 일부 기업들을 추려, 이들에 한해 중간예납 방식을 ‘가결산’으로 통일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체 결산법인이 100만개 이상인 만큼 이런 방식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면서도 “일정 규모 이상 되는 법인은 경기가 좋을 때든, 안 좋을 때든 거기에 걸맞은 세금을 내도록(가결산) 하면 평균치에 수렴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일각에선 중장기적으로 중간예납을 분기별로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개선해, 세입의 변동성을 줄이자는 방안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런 방식에 대해 기업의 자금 융통 및 세무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는 일이라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박 의견도 존재한다.

오는 7~8월 세법 개정안 발표를 준비 중인 기재부는 기업 관계자 인터뷰 등을 통해 법인세 중간예납제 개선과 관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전년도 세액의 절반’ 혹은 ‘1~6월 치에 대한 가결산’ 등 두 가지 중 택일하도록 하는 현 법인세 중간예납 제도가 굳어진 것은 1968년이다. 이런 선택 방식의 틀 자체가 바뀐다면 56년 만의 대대적인 개편 작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