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심해 가스·석유전 추정 위지. /대통령실 제공

한국은 박정희 정부 때인 1970년대부터 동해 유전 찾기에 나섰다. 1976년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영일만 석유 발견’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1년 여만에 경제성을 이유로 개발을 중단했다. 1998년 발견한 가스전의 매장량은 4500만배럴에 그쳤다. 2004년부터 가동한 가스전은 3년 전인 2021년 가동을 멈췄다.

반세기 넘게 진행됐으나 지지부진하던 동해 유전 찾기가 갑자기 빛을 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는 탐사 기술과 데이터 분석 능력이 과거에 비해 발전한 것을 첫 번째 요인으로 평가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과거 연구 결과와 다른 결과가 도출된 배경’에 대한 질문에 “탐사 기술 자체가 많이 올라왔다”면서 “탐사 결과를 해석하는 능력이 국내엔 부족해 우수한 해외 업체에 심층 분석을 의뢰했는데,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 관계자 역시 “기술의 발전 덕택”이라며 “그동안의 모든 자료를 데이터로 활용해 심층적으로 검토했다. 심층 분석 과정이 과거와 달랐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석유공사는 1979년 설립 이후 동해 지역을 포함해 한반도 주변 수역에 대한 지질 조사를 진행해 왔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석유공사가 그동안 서해, 남해, 동해안 쪽으로 쭉 시추했다. 시추공만 48개”라며 “동해에만 27개 시추공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안 장관에 따르면 정부와 석유공사는 대륙붕과 천해 지역을 집중적으로 조사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심해 지역도 조사를 했으나 뚜렷한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안 장관은 “600m보다 더 깊은 심해에도 3곳 정도 시도를 했는데 결과가 별로 좋지 않았다”고 했다. 석유공사가 20여년 간 동해 수역 심해 탐사에만 지출한 비용은 3억7000만달러(5100억원)에 달한다.

시추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데이터는 계속 쌓였다. 석유공사는 17년 동안 축적한 동해 심해 탐사 자료를 지난해 미국 휴스턴에 소재한 ‘액트지오’(Act-Geo)사에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회사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심해 평가 경험이 풍부한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기업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의 대표인 빅터 어브레이유 박사는 미국퇴적학회장 및 엑슨모빌사 지질그룹장을 지낸 심해 지역 탐사 권위자로 평가를 받는다.

액트지오사는 정밀 분석을 통해 동해 심해저에 대규모의 가스·석유전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 정밀 분석은 지진파 분석을 비롯해 해저 지형에 대한 2D·3D 분석을 거쳐 유망구조를 파악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석유공사가 갖고 있던 시추 실패 데이터가 상당한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데이터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에는 데이터에서 알 수 없었던 내용을 새롭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며 “마치 DNA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 미제 사건 증거에서 범인 단서를 새롭게 찾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액트지오사의 심층 분석 결과에 대한 추가 검증까지 마쳤다. 한반도 인근 해역의 유전 가능성을 다룬 영화가 오래전 개봉하는 등 이 사안에 대한 높은 국민적 관심도를 고려해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했다고 산업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정부는 심층 분석 결과를 토대로 올해말부터 탐사 시추에 나설 예정이다. 탐사 시추 결과는 내년 상반기 중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