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자산 기준을 충족해 갓 ‘중견기업’으로 올라선 기업은 앞으로 5~7년간 ‘중소기업’ 수준의 세제 혜택을 그대로 적용받는다. 이런 유예 기간을 지나 중소기업을 완전히 졸업하더라도, 추가 3~5년간은 R&D(연구개발)·투자세액공제 세액공제율이 점차 줄어드는 구조가 적용된다. 중견기업으로서의 자립을 위해 정부가 8~12년 동안 ‘연착륙’을 보장하는 구조다.

기획재정부는 3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방안은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정부로부터 받는 각종 혜택이 오히려 줄어들어 기업들이 성장을 기피하는, 이른바 ‘피터팬 증후군’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뉴스1

◇ 중견기업 돼도 ‘중소’ 혜택 5~7년… 3~5년 점감

우선 중소기업 기준을 넘어도 세제상 중소기업 혜택을 계속 받는 유예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여기에 코스피·코스닥 상장 중소기업은 2년이 추가돼, 유예기간이 총 7년 보장된다.

유예기간이 지나 중소기업을 완전히 졸업한 중견기업에 대해서는 추가 3년 동안 R&D·투자 세액 공제율 ‘점감’(점점 줄어듦) 구간을 도입해 급격한 세제 혜택 감소를 막는다. 즉 중소기업이 완전한 중견·일반기업으로 자립할 때까지 8~12년의 보조 시간이 정부로부터 보장되는 셈이다.

R&D(연구·개발) 세액공제 및 통합투자세액공제 개편안. /기획재정부 제공

만약 올해 중소기업 기준을 초과한 A 기업이 향후 10년간 매년 신성장·원천기술 분야 R&D에 200억원씩, 시설투자에 100억원씩 지속 투자하는 경우가 있다면, 기존엔 2026년(3년)까지 R&D 세액공제 30%, 투자 세액공제 12%를 받다가 이후 20%, 6%가 적용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번 개편안 도입 시 2028년(5년)까지 각각 30%, 12%가 적용되고, 이후 2031년(추가 3년)까지는 점감 구간에 따라 25%, 9%가 적용된다. 2032년 이후에야 비로소 일반 중견기업 세액공제 수준인 20%, 6%가 매겨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5년간 130억원의 관련 세금을 부담하던 A 기업은 39억원만 내면 돼, 총 91억원의 세 부담 감소 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R&D(연구·개발) 및 통합투자세액공제 개편에 따른 세 부담 변화 예시. /기획재정부 제공

◇ ‘유망’ 100곳 정부 ‘밀착’ 지원… “국비 2억원 바우처”

가칭 ‘성장사다리 점프업 프로그램’을 신설하기로도 했다. 유망 중소기업·예비 중견기업 100곳을 선정해 정부가 3년간 ‘밀착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기업인·민간 투자자 등 ‘전담 디렉터’를 매칭해 선정 기업의 스케일업 전략을 세우고, ‘성장 바우처’를 지원하고 수출·인력·R&D·융자·보증 등 재정 지원 사업에서 우대한단 것이다. 성장 바우처란 기업당 국비 한도 2억원 내에서 성장에 필요한 서비스를 자유롭게 수행하면, 그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 주는 것이다.

가칭 '성장사다리 점프업 프로그램' 개요. /기획재정부 제공

자금 조달도 돕는다. 중소기업이 아닌 초기 중견기업에 대한 대출·펀드·보증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문제 제기에 따라서다. 6조원 규모의 중견기업 전용 대출을 통해 업체당 최대 1500억원까지 1%포인트(p) 금리를 우대해 주고, 5조원 규모의 중견기업 전용 펀드를 조성해 내년부터 20% 이상을 예비·초기 중견기업에 우선 투자하기로 했다.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미래전략산업 등 첨단산업 분야 중소기업의 스케일업을 위해 내년부터 5000억원 규모의 신규 보증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때 기술보증기금의 기업당 최대 보증 한도는 중견 후보 기업 150억원, 유예 기업 200억원 등으로 확대됐다. 기존 중소기업 전용 ‘일반 P-CBO(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를 ‘성장 사다리 P-CBO’로 개편해 6000억원 규모로 공급하기로 했다.

올해 500억원 규모의 ‘스케일업 팁스 CVC 공동출자 펀드’를 도입하기로도 했다. 민간투자 연계형 R&D를 활성화하기 위한 민관 공동출자 펀드다. 모태펀드 중소기업진흥계정에서 200억원,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민간 자본에서 300억원을 출자받아 해당 펀드를 조성한 뒤 딥테크(Deep Tech·고기술 기반 기업) 등 분야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가칭 '스케일업 팁스 CVC 공동출자펀드' 운용 구조안. /기획재정부 제공

◇ ‘스케일업 기업’에도 가업 승계 상속세 공제

가업 승계 상속세 부담도 덜어준다. 현행 ‘중소기업 및 매출액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에 대해서 가업 상속 공제가 적용되는데, 투자 등 증가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스케일업 기업’에도 적용되도록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다만 세부 조건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현재 업계와 어느 정도 수준이 적정한지 검토 중”이라며 “7월 세법 개정안에 구체적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정부는 ▲M&A를 통한 신산업 진출 지원 ▲공공정보 활용 인프라 구축 등 과제도 이번 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방안에 포함했다. 기재부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소기업의 수를 현재의 2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며 “창업·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업 성장사다리를 구축해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