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취임 이후 대외소통을 강화하고 있는 한국은행이 외부기관에 파견하는 인력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초 인력을 처음 파견한 국회에 이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국민통합위원회와도 인적 교류를 시작했다.

29일 조선비즈 취재에 따르면 한은은 이창용 총재가 취임한 2022년 이후 정부기관 5곳, 해외기관 4곳에 차장(3급)·과장(4급) 직원 10명을 새로 파견했다. 새로 파견된 인력을 포함한 총 파견 인원은 정부기관 14명, 해외기관 18명이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부 / 한국은행 제공

정부기관 5곳은 그간 인력 교류를 하지 않던 곳으로, 모두 올해 새로 파견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등이다. 해외기관은 이미 직원을 파견한 국제결제은행(BIS)과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에는 인력을 증원했고, 프랑스 중앙은행에는 올해 인력을 새로 파견했다.

고위급 인력 교류 사례도 있다. 한은은 작년 1월 이병목 한은 전 금융결제국 결제감시부장을 1급(부서장급)으로 승진시키면서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분석국에 파견했다. 한은이 국회에 인력을 파견한 것은 처음이다. 내부에서는 한은이 정부 예산과 관련해 조언할 수 있는 입지를 다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총재 취임 전에 한은이 대외 파견 인력을 증원한 것은 2018년 5월(1명)이 마지막이었다. 그러나 이 총재 취임 후 2년 만에 직전 증원 인력의 10배가 넘는 직원이 파견됐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이 대외적으로 역할 확대를 강조하고 있고, 총재 취임 이후 한은 직원을 찾는 외부기관의 수요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창용 총재는 2022년 4월 취임 당시 ‘시끄러운 한은’을 만들겠다고 한 뒤로 외부와의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취임 후 작년 말까지 외부 기관과 체결한 업무협약(MOU)이 11건에 달한다. 전임 이주열 총재가 재임 기간 8년 동안 MOU를 14건 체결한 것을 감안하면 외부와의 접점 늘리기에 훨씬 적극적이다.

협업 대상도 다양해졌다. 전임 총재 시절 한은의 MOU는 해외 중앙은행과의 협력에 집중됐다. 그러나 이 총재 취임 이후 민간기업과의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작년 5월 삼성전자와 MOU를 맺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오프라인 사용 방법을 모색했고, 12월에는 네이버와 MOU를 체결하고 금융·경제 분야 디지털 기술 협력을 확대했다.

또 다른 한은 관계자는 “한은 직원들이 다양한 곳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된 것은 좋은 일”이라면서 “다른 기관들에 대한 업무 이해도가 높아지면 정책 분석을 보다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