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표준화기구(ISO)의 소비자정책위원회 의장에 문은숙(60·사진) 소비자정책연구소 대표가 출마했다. 2006년 김재옥 전 의장의 선출 이후 18년 만에 한국인 의장이 탄생할지 주목된다.

27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문 대표는 ISO 소비자정책위원회 의장 후보에 한국 대표로 지원했다. 그는 서울연구원 위원, 세계보건기구(WHO) 자문관, 초대 식품안전정보원 원장을 거쳤고, 이낙연 전 국무총리 시절엔 국무총리비서실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내기도 했다.

문 대표는 2022년부터 최근까지 ISO 내 동 위원회 부의장을 맡아 왔다. 그가 전임 새디 데인턴(Sadie Dainton) 의장의 공석을 대신해 임시 의장을 역임하고 있는 만큼, 유리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경쟁 상대는 스웨덴 출신 후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ISO는 주요 국제 표준 정책을 심의·결정하는 국제기구다. 이곳에는 3대 정책위원회(적합성 평가·개도국·소비자)가 있는데, 소비자정책위원회(COPOLCO)는 이 중 하나다. 1978년에 설립돼 현재 133개국(정회원 80개국·준회원 53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소비자정책위는 국제 표준화 작업 시 제품 리콜, 소비자 제품 안전, 고객 만족, 소비자 참여·교육 등에 대한 절차가 반영되도록 촉구하는 역할을 한다. 예로 ISO가 마련해 둔 ‘리콜’(Recall) 표준은 전 세계 기업들의 리콜 절차 기준이 된다. 글로벌 제품 안전 정책 결정에 우리나라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면, 글로벌 진출을 위해 필수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국제기구의 소비자 정책 방향에 대한 우리 기업의 대응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투표 결과는 다음 달 6일 덴마크에서 열리는 ISO 이사회에서 나올 예정이다. 만약 문 대표가 이번에 의장으로 선출된다면, 2006년 김재옥 ‘소비자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 대표가 선출된 이후 18년 만에 역대 두 번째 한국인 의장이 탄생할 전망이다. 참고로 김 전 의장은 의장직을 한 차례 연임해 2009년까지 수행한 바 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표준 정책 활동의 폭이 국제 무대로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1월부터는 조성환 현대모비스 고문이 ISO 회장으로 취임해 2025년 12월까지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ISO 회장에 한국인이 선출된 건 처음이다. ISO 이사국 멤버에도 김세종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원장이 활동 중이다. 우리 정부도 이런 활약에 발맞춰 2030년까지 반도체·인공지능(AI)·미래차·로봇·양자기술 등 12개 첨단 산업 분야에서 국제 표준 250여건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