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7일 국토교통부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활용해 전세사기 피해자를 도울 방안을 마련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가진 우선매수권을 LH가 받아 피해 주택을 경매로 넘긴 다음, LH가 스스로 입찰에 참여해 매입하는 방식이다. 주택을 낙찰받은 LH는 직접 산정한 감정가에서 경매 낙찰가를 뺀 차익을 피해자에게 돌려줄 예정이다.

피해자가 차익을 돌려받지 않고 해당 주택에 계속 거주하기를 원할 경우에는 시세보다 50~70% 할인된 비용으로 최대 20년까지 살 수 있도록 한다.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선(先)구제, 후(後)회수'를 골자로 하는 전세사기피해자지원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커지자 정부 차원의 대안을 발표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27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경매 낙찰률은 서울 시내의 경우 평균 70% 이하, 67~68% 정도에 형성돼있다"며 "어림잡아서 30% 정도의 경매 차익이 발생하는데, LH에서 기대하지 않은 이익이 발생하는 만큼 피해자에 돌려드리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돌아갈 경매 차익은 3000만원 안팎으로 형성될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세대 연립의 경우 전체 평균치를 추정하면 1억7000만원 정도를 기준으로 경매 차익은 3000만~4000만원 정도"라며 "지방 같은 경우 더 낮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안정 지원 강화방안. /국토교통부 제공

LH는 경매 과정에서 정상 매입 가격보다 낮은 낙찰가로 매입한 차익을 활용해 피해자가 추가 임대료 부담 없이 살던 집에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정부는 경매 차익을 공공임대 보증금으로 전환해 월세를 차감하고, 부족할 경우 재정으로 보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정부는 임대료를 지원하고 남은 경매 차익은 피해자가 공공임대주택을 퇴거할 때 지급해, 보증금 손해를 최대한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살던 주택에서 추가 임대료 부담 없이 보증금 피해까지 회복할 수 있어 많은 신청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간 매입 대상에서 제외돼 '사각지대'에 있던 위반건축물, 신탁사기 주택 등도 요건을 완화해 매입한다. 위반건축물의 경우 입주자 안전에 문제가 없으면 이행강제금 부과를 면제하는 등 한시적 양성화 조치를 한다. 신탁사기 피해자에 대해서도 LH가 신탁 물건의 공개 매각에 참여하고, 매입 시 남는 공매차익을 활용해 피해자를 지원한다.

다가구 주택은 피해자 전원이 동의할 경우 공공이 경매에 참여해 매입하고, 남은 경매 차익을 피해액 비율대로 안분해 지원하면서 피해자의 보증금 피해를 회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예를 들어 서울의 한 다가구 주택의 감정가가 11억원이고, 낙찰가가 8억5000만원일 경우 경매 차익으로 생긴 2억5000만원을 임차인들에게 나눠 배분하는 것이다. 이 경우 은행에 선순위 근저당권이 잡혀있다고 하더라도 경매차익 일부를 임차인들이 나눠 가질 수 있게 된다.

다가구 주택 경매차익 안분 예시. /국토교통부 제공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전용 정책대출 요건을 완화해 금리 부담을 낮춘다. 정부로부터 피해자 인정을 받으면 임대차 계약 종료 이전에도 임차권 등기 없이 기존 전세대출의 대환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 기존 다른 버팀목전세대출 이용자도 피해자 전용 버팀목전세대출로 대환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피해주택 유형 중 오피스텔이 많은 점을 고려해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보금자리론 지원 대상에 '주거용 오피스텔'을 추가한다. 또 디딤돌대출의 경우 최우선변제금 공제 없이 경락자금의 100%까지 대출이 이뤄지도록 개선한다.

정부는 공인중개사의 전세사기 예방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에 임대차계약 체결 관련 주요 정보를 확인해 설명하였음을 별도로 기록하도록 한다. 중개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빠르게 손해를 배상하기 위해 공제금 지급 절차도 간소화할 계획이다. 정부는 임대차분쟁조정위 조정사항에 중개사고를 추가해 지급 기한을 기존 2~4년에서 3개월로 단축할 예정이다.

박 장관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은 민생 현안이므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신속히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22대 국회가 구성됨과 동시에 정부안을 중심으로 여·야와 긴밀히 협의하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 안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