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국내 반도체 경기가 내년 상반기까지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24일 ‘최근 반도체 경기 상황 점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2010년대 이후 글로벌 반도체 경기 상승기의 특징을 살펴보고 최근 반도체 시장의 수급여건을 점검해 이번 상승기가 얼마나 지속될지 분석했다.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관람객들이 대한민국의 반도체 기술 발전의 역사를 보고 있다. /뉴스1

한은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2분기부터 AI(인공지능) 붐에 힘입어 4번째 상승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선 세 번의 상승기는 ▲스마트폰 수요확대(2013년) ▲클라우드 서버 증설(2016년) ▲코로나 비대면 활동 증가(2020년) 등으로 촉발됐다.

과거 상승국면을 살펴보면 상승 기간은 약 2년으로 유사했고 상승 폭은 각 국면별 수급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모바일 수요 확대에 국한됐던 상승기보다 클라우드 서버 증설과 가상자산 확산으로 인한 상승기의 매출 증가 폭이 더 컸다. 비대면 활동 증가로 전반적인 정보통신(IT) 제품 수요가 증가했던 마지막 상승기에는 매출 증가 폭이 가장 컸다.

한은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반도체 경기는 두 번째 상승기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챗지피티(ChatGPT) 개발로 촉발된 인공지능(AI) 개발 열풍으로 작년 초를 기점으로 반등했다. 국내 반도체 산업도 지난해 상반기 중 생산이 증가 전환했으며, 하반기부터는 수출과 메모리 가격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AI 서버 부문은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예컨대 AI 칩 선두주자 엔비디아(NVIDIA)의 경쟁 업체인 AMD가 최근 AI 반도체를 출시하자 구글, 메타 등 서비스 중심의 빅테크 기업도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나서는 모양새다.

모바일과 컴퓨터도 AI 기능이 탑재된 상품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AI 기능이 탑재된 삼성 갤럭시S24는 올해 1분기에만 글로벌 출하량이 1350만대에 달하는 등 판매 호조를 보였다. 전년 동기 갤럭시S23의 글로벌 출하량은 약 1000만대였다. 일반 서버도 기존 설비의 노후화, 그간의 투자 부족 등이 수요 회복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은은 내다봤다.

한은은 “향후 AI 서버 부문은 빅테크 기업 간 경쟁 심화로 투자가 확대돼 견조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메모리 공급은 첨단 제품 생산 능력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공급 확대가 제약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반도체 경기 상승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할 것”이라며 “(생산 확대를 위한) 설비·건설투자와 데이터센터 건설투자 등도 국내 경기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