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에서 재건축을 가장 먼저 추진할 선도지구로 올해 2만6천가구 이상을 선정하겠다고 22일 밝혔다. 사진은 22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연말까지 1기 신도시 재건축 선도지구를 선정하고, 2030년까지 최대 약 4만가구에 이르는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22일 발표했다. 내년 중 선도지구를 특별정비구역으로 지정하고 2026년 재건축 시행계획을 수립해 2027년 착공, 2030년 완공이라는 ‘급행’ 시간표까지 내놨다. 다만 대규모 주민 이주가 선행돼야 하는데다, 정비사업에 제동을 거는 조합원 분담금과 최근 급등한 공사비 문제도 얽혀 있어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2030년 입주 ‘급행’ 시간표… 공사비 부담도 커져

국토교통부와 1기 신도시 지방자치단체가 이날 내놓은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선정 계획’은 속도에 방점이 찍혀 있다.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정비사업을 5년 안에 마무리하겠다는 게 정부가 이날 제시한 시간표다. 특히 착공 전 재건축 절차를 2027년까지 마무리하는 것은 ‘번갯불에 콩 볶듯’ 해야 가능한 일정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건축 심의 과정을 최대한 간소화함으로써 시행 계획 수립 절차를 단축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지만, 정비 사업에 동의하지 않는 주민들이 집단적인 반발에 나설 경우 사업이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통상 정비사업은 추진위부터 해서 조합을 설립하고, 안전평가를 받는 등 사전 절차가 많이 걸린다”면서 “그동안 (정비사업이) 오래 걸렸던 것은 착공까지의 준비 기간이 많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어 “2027년까지 굉장히 타이트하게 움직여야 한다”며 “선도지구 지정과 이에 따른 정비 예정 구역 지정, 정비계획 수립까지 순조롭게 진행이 되면 (착공 전 절차가) 이 기간 내에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주민 반발 문제는 ‘주민 동의율’을 기초로 선도지구를 선정함으로써 예방할 방침이다. 정부는 선도지구 선정 기준표에서 기본점수 100점 만점 중 60점을 ‘주민동의율’에 부여했다. 주민동의율이 50%이면 10점, 95%를 넘을 경우 60점 만점을 받을 수 있다. 사실상 주민동의율이 선도지구 선정 여부를 결정하는 셈이다. 박 장관은 “적어도 50% 이상의 주민이 희망을 할 때 (정비사업이) 진행되는 것”이라며 “주민이 바라지 않는 지구를 억지로 정부나 지자체가 정해서 선도지구로 선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최근 공사비 급등으로 정비사업의 사업성이 악화한 것도 1기 신도시 재건축 추진의 걸림돌로 거론된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평균 공사비는 3.3㎡당 687만5000원을 기록했다. 3년 전(480만3000원)보다 43% 증가했다. 철근과 시멘트 등 건설자재는 물론 인건비가 급등한 영향이다. 최근 일부 단지의 공사비는 3.3㎡당 1000만원을 넘기도 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30년 입주를 목표로 정비를 추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한이 빠듯하다”며 “특히 개별 조합원들의 자금 여력, 추가분담금을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가 정비사업 추진의 관건”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자재비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공사비가 많이 올라 있어 사업성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며 “미래도시 펀드를 조성해 자금을 용이하게 조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대책을 고심 중”이라고 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2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계획 발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4만 가구 들어갈 집은 있나… 이주 지연 해결도 숙제

효과적인 이주대책 수립도 정부와 지자체의 과제로 거론된다. 이번에 선정되는 선도지구 물량은 최소 2만6000가구에서 최대 3만9000가구다. 지역별로 보면 성남 분당 1만2000가구, 고양 일산 9000가구 등이 2027년 착공 전까지 이주를 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자체장들도 이날 이주와 관련해 중앙정부의 지원을 요청했다. 1기 신도시 재정비 선도지구 선정 물량이 가장 많은 분당 신도시를 관할하는 신상진 성남시장은 “이주대책을 기초지자체에서 수립을 할 수 있으나, 분당의 경우 굉장히 밀도가 높다”면서 “부지라고 있는 것들은 전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다. 더 이상 어떻게 하기가 지자체에서 어려운 형편”이라며 국토부와 LH의 지원을 당부했다. 최대호 안양시장도 “지자체장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과 권한이 제약적이고 한계 상황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동환 고양시장은 “성남·안양과 고양은 성격이 다른 부분이 있다”며 3기 신도시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이주 대책 수립이 어렵지 않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선도지구 생활권역 내 주택 수급 상황을 면밀하게 들여다볼 것”이라며 “신규 공급이 충분하다면 그쪽으로 가도록 유도를 하고, 충분치 않을 경우 소규모 개발 등을 미리 준비해 이주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했다.

이주 비용 등을 문제로 주민의 이주가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단 국토부는 이주절차 지연 등을 막는 표준 정관 등을 마련해 선도지구 거주민의 이주를 신속하게 추진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그동안 이주가 오래 걸렸던 것은 사실 단지나 동별로 이주를 하지 않고 버티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시공사 자문을 들어보니 1~2분기 안에 이주를 완성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래미안 원베일리’의 경우, 조합 정관에 ‘고의로 이주를 하지 않고 버틸 경우 모든 이주 비용을 부담한다’는 내용을 담았더니 이주 지연이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어리한 내용이 담긴 표준 정관을 같이 배포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