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계 빚이 올해 1분기 2조5000억원 줄면서 4분기 만에 감소했다. 고(高)금리로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둔화하면서 전체 가계대출이 줄어든 영향이다. 연초에 계절적인 요인으로 신용카드 사용액이 줄어든 점도 부채 축소(deleveraging·디레버리징) 흐름에 기여했다.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24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신용(가계 빚) 잔액은 전 분기말 대비 2조5000억원(0.1%) 감소한 1882조8000억원이었다. 분기 기준 가계신용이 줄어든 것은 작년 1분기(-14조4000억원) 이후 처음이다.

은행 대출 창구 모습.(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스1

가계신용은 우리나라 가계가 은행·보험사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가계대출)과 신용카드 이용액 등(판매신용)을 더한 포괄적인 빚을 의미한다. 1분기에는 가계대출과 판매신용(결제 전 카드사용액)이 모두 감소했다. 두 수치가 동반 감소한 것은 작년 1분기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가계신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계대출이 전 분기 대비 2000억원 줄어든 1767조원을 기록한 영향이 컸다. 가계대출은 작년 1분기(-11조2000억원) 이후 4분기 만에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기타대출 잔액이 각각 1076조7000억원, 690조4000억원을 차지했다.

가계대출이 줄어든 것은 주담대 증가 규모는 작아지고 기타대출 감소 규모는 커졌기 때문이다. 주담대 증가 폭은 작년 3분기 17조3000억원에서 4분기 15조2000억원, 올해 1분기 12조4000억원으로 2분기 연속 작아졌다. 반면 기타대출 감소 폭은 작년 3분기 2조9000억원에서 4분기 9조7000억원, 올해 1분기 12조6000억원으로 확대됐다. 기타대출은 10분기 연속 감소세다.

서정석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정책 모기지 대출이 감소하고, 주택 거래량도 축소되면서 주담대 증가 폭이 축소됐다”면서 “기타 대출은 신용대출 및 비주택 부동산 담보대출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전분기 말 대비 감소했다”고 했다.

가계대출을 기관별로 살펴보면 예금은행 대출 증가 폭은 작년 4분기 11조4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3조2000억원으로 축소됐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 대출은 부동산대출 리스크 관리 강화로 주담대가 줄어든 가운데 기타대출 감소 폭도 확대되면서 8조원 줄었다. 7분기 연속 감소세다. 반면 작년 4분기 보합이었던 기타금융기관 대출은 4조6000억원 증가로 돌아섰다.

판매신용 잔액은 2조3000억원 감소한 11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말에 소비가 증가하는 계절요인이 새해 들어 소멸된 영향이 컸다. 여신전문회사와 판매회사(백화점, 자동차회사 등)가 각각 114조8000억원, 1조원을 차지했다. 전 분기 대비 여신전문회사에서 2조1000억원, 판매회사에서 1000억원 줄었다.

한국은행은 1분기 가계신용 감소가 “부채 축소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서 팀장은 특히 가계신용 감소를 이끈 기타대출과 관련해 “2021년 비은행 쪽에서 주담대가 크게 늘었고, 비은행의 부동산 관련 기업대출도 늘었다”면서 “이 부분이 다시 디레버리징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한은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이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국제금융협회(IIF)는 올해 1분기 한국의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8.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서 팀장은 “향후에도 정부와 한국은행은 주택시장 회복 여부에 따른 가계부채 가능성에 유의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1분기 가계신용 세부내역. /한국은행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