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로 11연속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견고한 모습을 보이면서 금리 인하가 지연되는 데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지표의 불확실성이 커 한은이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1%에서 2.2~2.6% 수준으로 상향 조정할 것으로 예측했다. 민간소비가 호조를 보이면서 1분기 GDP 성장률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물가는 환율 변동성 확대에도 국제유가가 비교적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어 기존 전망치인 2.6%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 전문가 전원 “5월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할 것”

조선비즈가 19일 국내 증권사 거시경제·채권시장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모두 한국은행이 오는 23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에서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망대로 금리가 결정된다면 기준금리는 작년 2월부터 11회(작년 2·4·5·7·8·10·11월, 올해 1·2·4·5월) 연속 현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월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전문가들은 금리 동결이 유력한 이유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연준이 중시하는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지난 2월 2.4%까지 낮아졌다가 지난달 2.7%로 치솟았다. 이에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을 비롯한 연준 인사들이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다는 평가를 잇따라 내놓으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한국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3%대 안팎을 유지하고 있어 섣불리 금리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전년 동월 대비 기준 CPI 상승률은 올해 1월 2.8%를 기록하면서 6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2월에는 3.1%로 치솟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에 다시 2.9%로 낮아졌지만, 목표 수준인 2%를 상회하고 있다.

최근에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까지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성장세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높아진 상태다. 한은 발표에 따르면 1분기 GDP는 전 분기 대비 1.3% 증가하면서 정부 예상치(0.5%)를 상회했다. 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주요 기관들은 잇따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대외 변수로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전환 일정이 지연되고 있고, 국내 GDP가 예상을 웃도는 등 경기 요인도 당장 인하 대응이 쉽지 않은 쪽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 후반으로 낮아졌으나 물가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 및 물가 견제 명분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4월 금통위 당시 미국 통화정책과의 탈동조화를 언급했던 이창용 한은 총재가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는 (금리 인하의) 전제조건이 달라졌다고 언급했다”면서 “성장과 물가 전망의 상향조정이 필요한 데다 대내외 금리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정도를 감안할 때 5월 금통위에서도 동결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은 3분기 이후로 밀리는 모습이다. 전문가 10명 중 절반은 3분기에 기준금리가 내려갈 것으로 봤고, 나머지는 4분기로 예상했다. 3분기를 고른 전문가들은 미국 연준이 7월에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한은도 비슷한 시기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4분기로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높아지는 경제 성장률과 불안정한 물가 흐름, 환율 변동성 등을 고려할 때 인하시점이 더 늦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픽=정서희

◇ “GDP 2.2~2.6%, 물가 2.6~2.7% 성장 전망”

한국은행은 이번 금통위에서 ‘5월 수정 경제전망’을 내고 올해 GDP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경상수지 전망치 등을 새로 발표한다. 한은은 지난 2월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연간 성장률을 2.2%, CPI 상승률을 2.6%로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달 발표된 1분기 GDP가 예상치를 웃돌자 한은은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을 예고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2월 수정 경제전망 기준)에서 2.2~2.6% 수준으로 올려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2분기 GDP가 소폭 조정되거나 마이너스 성장을 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3~4분기에는 양호한 수출에 힘입어 경기가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1분기 GDP 호실적이 상당 부분 정부 지출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상향 조정 폭이 크지 않으리라고 전망했다.

이는 앞서 발표된 주요 기관의 전망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OECD와 KDI는 한국의 GDP 성장률을 종전 2.2%에서 2.6%로 상향 조정했고, 금융연구원은 2.1%에서 2.5%로, 무디스(Moody’s)는 2.0%에서 2.5%로 올려잡았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만 한국의 성장률을 종전 전망과 같은 2.2%로 유지했다.

물가는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10명 중 6명은 올해 연간 CPI 상승률이 한은의 종전 전망치와 같은 2.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나머지 4명 중 3명은 연간 물가 상승률이 2.7%로 상향 조정될 것으로 봤고, 1명은 2.5%로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전반적으로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 안정세에 힘입어 물가 수준이 지금과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물가 상승률은 2분기 중 2.6~2.9%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7월까지 2%대 중반 이하로 하락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최근 국내 CPI의 안정적인 흐름을 감안하면 변경할 유인이 적어 보인다”고 했다.

그래픽=정서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