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13일 전세사기 관련 출입기자단 차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택도시기금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를 구제하는 건 돈의 쓰임새가 맞지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선(先)구제, 후(後)회수’를 골자로 하는 전세사기피해자지원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커지자 반대 목소리를 낸 셈이다.

박 장관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박 장관은 “야당이 내놓은 법안은 무주택 서민들이 저금한 기금을 쓰는 일”이라며 “전문가들도 여러 차례 지적했고, 저는 기금을 건전하게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어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장관은 “(선구제 후회수) 방식으로는 적어도 1조원 이상의 (기금) 손실이 예상된다”며 “‘후회수’라는 말꼬리 뒤에는 100% 회수될 것 같은 뉘앙스가 있지만, 얼마가 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상황으로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밀어붙이면 통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서 야당이 주도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잇따른 가운데 거부권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거부권을 건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박 장관은 “국민주택기금에 조 단위 손실이 있는데, 거부권을 한다 안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저로서는 수긍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사실상 거부권 건의를 시사한 것이다.

박 장관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거주하던 집에서 내몰리지 않도록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주택 사업자가 경매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LH가) 피해 주택을 낙찰받아 공공임대주택으로 제공해 원하는 기간만큼 최대한 저렴한 비용으로 안정적으로 거주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한다”며 “이는 추가적인 법 개정 없이 현행법으로도 실현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경매 실시 이후 권리관계 손실이 확정되면 정확한 피해액을 산출할 수 있다”며 “활용 가능한 타당한 재원을 마련해 적절한 보상 방안을 마련해도 늦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박 장관은 “전세는 수명이 다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전세 제도) 안을 들여다보면 상당 부분 대출을 받아 전세를 산다”고 말했다. 이어 박 장관은 “적당한 보증금에 월세를 내도록, 장기민간임대주택으로 가야 한다”며 “우리나라도 빨리 월세시장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13일 전세사기 관련 출입기자단 차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올해로 시행 만 4년을 앞둔 가운데 박 장관은 “임대차 2법은 원상복구가 맞다”며 “야당과 테이블에서 논의한다면 돌리자고 하겠지만, 받아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신규 전세 물량이 안 나오는 게 임대차 2법의 문제인데 완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박 장관은 임대차 2법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은 제도였음에도 다시 (임대차 시장에) 생채기를 내 되돌리는 게 바람직할지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는데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나아간 것으로 풀이된다.

국토부는 작년 하반기 집계해 발표한 주택 공급 통계에 오류가 있었다고 뒤늦게 밝혔다. 주택 인허가·착공·준공 물량을 전국적으로 약 19만 가구 적게 발표했는데, 이런 대규모 오류는 1977년 주택 인허가 통계를 내기 시작한 뒤 처음이다.

통계 오류에 대해 박 장관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했다”며 “(정책이) 동쪽으로 갈 게 서쪽으로 간 것은 아니고, 공급 부족의 폭을 줄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급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토부가 내놓은 숫자 하나하나에 신경 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