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보다 9원 넘게 내리면서 1369원대에 마감했다. 미국 제조업 경기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 달러 강세가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된 것도 안전자산 쏠림 현상을 위축시켜 달러 약세를 이끌었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9.1원 내린 1369.2원에 마감했다. 환율은 이날 1372원에 개장해 오전 9시 16분 1372.8원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하락하면서 1367.4원까지 내렸고, 장 마감 직전에 소폭 오르면서 1369원대에서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360원대로 마감한 것은 지난 11일(1364.10원) 이후 9거래일만이다.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23일(현지 시각) S&P 글로벌이 발표한 미국의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전망치가 기준선인 50을 밑돌면서 달러 강세를 누그러뜨렸다. 4월 PMI 전망치는 49.9를 기록하면서 4개월 만에 가장 부진했다. 구매관리자지수는 제조업에서 물건구매를 담당하는 직원이 향후 경기를 좋게 보는지를 조사한 것이다. 기준선인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미국의 경기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면 위험선호 심리가 고개를 들고, 외국인의 국내 주식 순매수가 늘어난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4900억원대, 코스닥 시장에서 1800억원대를 사들이면서 4거래일 만에 매수세로 전환됐다. 이는 원화에 대한 수요를 키워 원화 강세를 뒷받침한다.

이란과 이스라엘을 둘러싼 갈등이 잦아든 것도 영향을 줬다. 호세인 아미르 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최근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9일(현지 시각)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인근 지역을 공격한 것과 관련해 “이란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에 대응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후 일각에서는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간 급등했던 국제유가와 금값도 잇따라 내리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3일 WTI(서부텍사스산 원유)는 배럴당 83.36달러에 마감했다. 확전 우려가 불거졌던 지난 15일(85.41달러)보다 2달러 넘게 내린 것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22일~23일간(현지 시각) 금값은 3% 가까이 내렸다. 작년 2월 3일 이후 1년 만에 낙폭이 가장 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이 미국의 경제지표 둔화에 화답하는 모습”이라면서 “PMI 부진이 최소한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카드가 테이블 위에 올라오는 것을 막아주었다는 안도감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감 확대와 금리 급등으로 4월 PMI 지수가 예상 밖 부진을 기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