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12개월 만에 감소로 전환됐다. 버팀목·디딤돌 등 정책대출이 주택도시기금 자체재원으로 공급된 데다 전세자금 수요도 감소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전월에 이어 감소세를 지속했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3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98조6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조6000억원 줄었다. 가계대출에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기타대출이 포함된다.

시중은행 대출 창구 모습. /뉴스1

가계대출 잔액이 줄어든 것은 작년 3월(-7000억원) 이후 12개월 만이다. 주담대 증가 폭이 대폭 축소된 영향이 컸다. 지난달 주담대 잔액은 전월 대비 5000억원 늘어난 860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한 달 전(+4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4조원 넘게 작아졌다.

주담대 증가 폭 감소는 작년 말까지 은행 재원으로 공급되던 정책대출이 올 초부터 주택도시기금 자체재원으로 공급된 결과다. 통상 매년 2~5월은 정책대출이 주택도시기금 자체 재원으로 공급되고, 재원이 소진되면 은행을 통해 이차보전 방식으로 대출이 제공된다. 전세자금대출이 전월 대비 1조7000억원 감소한 것도 주담대 증가 폭을 끌어내렸다.

원지환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최근 몇 개월을 살펴보면 은행재원으로 공급되는 대출이 매달 3조원 수준으로 증가했다"면서 "3월에도 비슷한 수준의 정책대출이 공급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포함하면 3월 중 가계대출은 전월과 비슷한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기타대출도 2조1000억원 감소하면서 가계대출 증가 폭이 축소되는 데 일조했다. 기타대출은 작년 11월(-4000억원)부터 5개월째 감소세다. 신용대출 상환이 지속되고, 은행들이 분기 말 연체율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 매·상각에 나서면서 2월(-2조8000억원)에 이어 상당폭 감소했다.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은 10조4000억원 증가한 1272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3월 증가 폭 기준으로는 2020년(+18조7000억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대기업 대출은 4조1000억원, 중소기업 대출은 6조2000억원 증가했다. 은행들의 대출 확대 전략과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맞물린 결과라는 게 한은 측의 설명이다.

은행 수신은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은행 수신 잔액은 2362조5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36조원 증가했다. 은행 수신은 올해 2월(32조4000억원 증가)부터 2개월째 증가세다. 3월 증가 폭 기준으로는 관련통계를 집계한 2002년 이후 역대 최대다. 수시입출식 예금이 전월 대비 48조5000억원 늘면서 한 달 전(+35조1000억원)보다 증가 폭이 대폭 확대된 영향이 컸다.

자산운용사 수신 잔액은 976조5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조1000억원 줄었다. 머니마켓펀드(MMF)는 분기말 재무비율 관리에 나선 기업들이 자금을 찾으면서 12조4000억원 감소했고, 주식형펀드(+4조4000억원)와 기타펀드(+4조9000억원)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